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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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사진)를 검찰청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약 12시간에 걸쳐 조사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지시한 지 석 달여 만에 소환 조사가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이 조사 사실을 대검찰청에 사전 보고하지 않아 ‘검찰총장 패싱’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총장은 그동안 김 여사를 제3의 장소로 비공개 소환하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전날 오후 1시30분부터 이날 새벽 1시30분까지 김 여사를 관할 내 정부 보안청사로 소환해 대면조사했다고 밝혔다. 반부패수사2부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형사1부는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받은 의혹을 집중 조사했다. 검찰은 김 여사의 진술 내용을 검토한 뒤 조만간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임 중인 대통령 부인이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퇴임 후 비공개 소환 조사를 받았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여사 소환 장소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총장은 그간 사전 보고를 주문하면서 ‘제3의 장소에서 몰래 소환하는 것은 안 된다’고 당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총장이 이 상황에 대해 깊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지검은 “(대통령실과) 협의 결과 경호와 안전상의 이유로 당청 관할 내 정부 보안청사에서 조사했다”는 입장이다. 사후 보고 논란과 관련해 중앙지검 관계자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의 지휘권이 배제돼 일절 보고할 수 없게 돼 있다”며 “명품백 수수 사건 조사는 현장에서 김 여사 측을 설득해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중앙지검 수사팀은 대면 조사가 시작된 지 10시간 뒤인 오후 11시30분쯤 명품백 의혹 사건 조사 준비를 마치고 나서 이 총장에게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해 “소환쇼”라며 정부와 여당을 압박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약속 대련의 막이 올랐다”며 “유명 배우도 여당 대표도 전직 대통령도 수차례 섰던 검찰청 포토라인을 김 여사 혼자만 유유히 비켜갔다”고 했다.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공범 2심 판결이 코앞인데 수년간 소환 조사를 받지 않더니, 법제사법위원회 탄핵 청원 청문회 증인 출석 요구를 앞두고 마음대로 소환쇼를 연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 부인이 직접 대면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 특혜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