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리그서 은퇴 고민했던 도슨, KBO 최고 타자로
한국 문화 배우고 인터넷 강의로 학업까지

공부면 공부, 춤이면 춤, 야구면 야구…팔방미인 키움 도슨
'카르페 디엠'.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이 라틴어 문장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통해 유명해졌다.

지금도 많은 이들은 영화 속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전한 메시지를 인생철학으로 삼는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외국인 선수 로니 도슨(29)의 인생은 굴곡이 많았다.

2016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61순위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지명될 때만 해도 그의 삶엔 분홍색 꽃길이 펼쳐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도슨은 좀처럼 마이너리그 경쟁을 이겨내지 못했고, 빅리그 4경기 출전을 끝으로 퇴출 됐다.

지난해엔 미국 독립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었다.

도슨은 은퇴를 고민하면서 대학 야구부 코치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엔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삶이었다.

그러나 도슨은 누구보다 즐거운 삶을 살았다.

유쾌한 성격의 도슨은 긍정적인 생각을 잃지 않았다.

지난해 7월 키움 히어로즈가 총액 8만5천 달러, 약 1억1천800만원의 적은 금액에 선수 계약을 제안했을 때도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

한국 생활은 은퇴를 고려했던 도슨에게 '보너스'와 다름없었다.

그는 밝은 표정으로 한국에 왔고, 최선을 다해 한국에서의 삶을 즐겼다.

도슨은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가 친분을 쌓았다.

야구장 밖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했다.

한국 음식, 한국 문화를 닥치는 대로 익혔다.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한국말도 공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춤을 좋아하는 도슨은 K팝 아티스트들의 안무를 익히며 한국 생활에 젖어 들었다.

많은 외국인 선수는 언제든지 퇴출당할 수 있다는 심적 압박을 받지만, 도슨은 그렇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은 도슨에게 큰 무기가 됐다.

지난해 57경기에서 타율 0.336의 성적을 거둬 재계약에 성공한 도슨은 올해 KBO리그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거듭났다.

20일까지 올해 86경기에서 타율 0.345, 10홈런, 48타점을 쓸어 담으며 키움의 중심 타자가 됐다.

공부면 공부, 춤이면 춤, 야구면 야구…팔방미인 키움 도슨
도슨은 지금도 매 순간을 즐긴다.

오하이오 주립대 휴학생 신분인 도슨은 최근 인터넷 수업을 통해 학업도 이어가고 있다.

그는 2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방문 경기를 마친 뒤 "공부가 재밌다"라며 "최근 대학교 과제 때문에 조금 바빴는데, 과제를 해치우니 좀 더 야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좋은 경기 성적으로도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2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도슨은 3-2로 앞선 8회초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포함해 3타수 1안타 1볼넷 3타점 2득점으로 활약하며 7-2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취재진이 사진을 찍으려 하자 익살스러운 '볼하트' 포즈를 취했다.

또한 "최근 걸그룹 뉴진스에 소셜미디어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보내 응원했는데 답장이 안 오더라"라며 "답장이 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웃기도 했다.

도슨은 인생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