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전 김민기 대표가 남긴 마지막 말은…"할만큼 했다" [종합]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할만큼 했다고 하셨어요. 네가 고생이라고요."
22일 서울 대학로 학림다방에서 진행된 학전 김민기 대표의 부고 기자회견에서 그의 조카이자 학전 기획팀 팀장인 김성민 씨는 이렇게 말했다.
극단 학전을 이끈 김 대표는 지난해 가을 위암 진단을 받았고, 건강 악화와 경영난으로 공연장을 더 이상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올해 3월 15일 학전 소극장 문을 닫았지만 학전의 레퍼토리를 다시 무대에 올리겠다는 의지로 항암 치료에도 집중해왔다. 하지만 지난 21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1951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김 대표는 '아침이슬'을 비롯해 여러 곡의 노래를 발표했다. 1991년 대학로에 학전 소극장을 개관하여 뮤지컬 '지하철1호선' 등 새로운 소극장 문화를 만들며 지난 33년간 한국 대중문화사에 크고 작은 궤적을 만들어왔다.
김 팀장은 대학생때부터 학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김 대표의 일을 도왔고,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기획팀 업무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치료를 위해 한걸음 물러난 후에도 학전을 맡아 운영해온 실질적인 인물로 알려졌다. 김 팀장은 김 대표가 마지막으로 남긴 질문에 대해 "집에서 잘 계시다가 갑작스럽게 가셨지만, 남긴 말씀은 3개월, 4개월 전부터 꾸준히 있었다"며 "늘 하신 말씀은 '고맙다'였고, 남겨진 가족들과 학전에서 할 일들이 소소하게 있어서 그걸 운영하는 저에게 당부의 말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유언은 재산에 관한 게 많아서 남긴 말씀은 모든 절차가 끝난 후에 공개하려 한다"면서도 "'다 했다, 할만큼 다 했다, 네가 걱정이다' 이런 얘길 했다"고 전했다.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해 "아카이브나 이런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지만, 학전 홈페이지를 통해 뭘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라는 질문을 주셨다"며 "아르코 예술 기록원에서 저희의 눈에 보이는 자료를 가져 가셔서 작업 중이라 2~3년 후쯤 저희의 것들을 공개할 수 있을 거 같고,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학전 작품이나, 개인이 했던 부분에 대해 크게 아우를 수 있는 아카이브 작업을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대표가) 마지막까지 대본, 음악 작업 등을 해왔고, 그걸 한번에 볼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싶어 했다"며 "숙제를 주고 가셨기에 그걸 잘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민기가 연출하지 않는 '지하철 1호선'은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40주년, 50주년 학전의 그 어느날 한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을 거 같다. 애매모호하지만 현재 상태는 그렇다"고 전했다. 학전의 운영난과 김 대표의 투병 소식이 알려진 후 학전을 거쳐간 유명 배우들과 가수들이 공개적으로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어떻게든 돕겠다"는 의지를 내비쳐왔다. 하지만 이들이 뭉친 추모 행사, 무대 등도 예정된 건 없다. 김 팀장은 "선생님이 말씀 주신 것 중 하나가 '날 갖고 뭘 안해도 된다'였다. 그래서 그걸 묻는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학전 출신 배우들이 1억원씩만 내면 학전을 살리는데 뭘했냐' 이런 말도 있는데, 그분들은 선생님의 성격을 알아서, 말만 꺼내도 혼날 걸 아니까 그런 안하신 것"이라며 "어떻게든 도움을 주셨고, 그건 저희는 감사히 받고 유지해 왔다. 그분들에게 고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무 것도 안받았다. 하지만 저희는 어떻게든 받았다가 맞다"며 "자기의 학업, 일터를 버리고 온 친구들이 지금도 장례식장에 있다. 그런 것들이 다 도움이 됐다. 돈의 가치로 따질 수 없이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 대표의 사인은 폐렴이었다. 김 팀장은 "위암 4기 판정을 받았고, 이미 전이가 된 상태였고, 최종 사인이 폐렴이 된 것"이라며 "다음 병원 일정을 잡던 와중에 저희도 예상치 못하게 그렇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족, 학전 식구들 모두 더 나아지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며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연락을 주고받은 사람도 있고, 의료진을 신뢰하며 열심히 치료를 받았다"고 말하며 갑작스러운 부고를 전했다.
김 대표에 대한 마지막 간담회 장소인 학림에 대해 "선생님이 좋아하셨고, 선생님이 오시면 늘 내어주셨던 공간이었다"며 "아르코가 새로 들어와 지금 축제를 하고 있다"며 "축제를 여는 장에 선생님이 계셨던 공간을 내어달라고 하면 두손두발들어 반겨주시겠지만, 축제의 장소에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곳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림다방 이충열 대표도 "한달 전에도 김 대표를 만났다"면서 갑작스러운 부고에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간담회가 마친 후 이 대표는 김 대표의 빈소를 찾는다고 했다.
한편 김 대표의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24일 오전 8시, 장지는 천안공원묘원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22일 서울 대학로 학림다방에서 진행된 학전 김민기 대표의 부고 기자회견에서 그의 조카이자 학전 기획팀 팀장인 김성민 씨는 이렇게 말했다.
극단 학전을 이끈 김 대표는 지난해 가을 위암 진단을 받았고, 건강 악화와 경영난으로 공연장을 더 이상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올해 3월 15일 학전 소극장 문을 닫았지만 학전의 레퍼토리를 다시 무대에 올리겠다는 의지로 항암 치료에도 집중해왔다. 하지만 지난 21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1951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김 대표는 '아침이슬'을 비롯해 여러 곡의 노래를 발표했다. 1991년 대학로에 학전 소극장을 개관하여 뮤지컬 '지하철1호선' 등 새로운 소극장 문화를 만들며 지난 33년간 한국 대중문화사에 크고 작은 궤적을 만들어왔다.
김 팀장은 대학생때부터 학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김 대표의 일을 도왔고,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기획팀 업무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치료를 위해 한걸음 물러난 후에도 학전을 맡아 운영해온 실질적인 인물로 알려졌다. 김 팀장은 김 대표가 마지막으로 남긴 질문에 대해 "집에서 잘 계시다가 갑작스럽게 가셨지만, 남긴 말씀은 3개월, 4개월 전부터 꾸준히 있었다"며 "늘 하신 말씀은 '고맙다'였고, 남겨진 가족들과 학전에서 할 일들이 소소하게 있어서 그걸 운영하는 저에게 당부의 말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유언은 재산에 관한 게 많아서 남긴 말씀은 모든 절차가 끝난 후에 공개하려 한다"면서도 "'다 했다, 할만큼 다 했다, 네가 걱정이다' 이런 얘길 했다"고 전했다.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해 "아카이브나 이런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지만, 학전 홈페이지를 통해 뭘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라는 질문을 주셨다"며 "아르코 예술 기록원에서 저희의 눈에 보이는 자료를 가져 가셔서 작업 중이라 2~3년 후쯤 저희의 것들을 공개할 수 있을 거 같고,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학전 작품이나, 개인이 했던 부분에 대해 크게 아우를 수 있는 아카이브 작업을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대표가) 마지막까지 대본, 음악 작업 등을 해왔고, 그걸 한번에 볼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싶어 했다"며 "숙제를 주고 가셨기에 그걸 잘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민기가 연출하지 않는 '지하철 1호선'은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40주년, 50주년 학전의 그 어느날 한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을 거 같다. 애매모호하지만 현재 상태는 그렇다"고 전했다. 학전의 운영난과 김 대표의 투병 소식이 알려진 후 학전을 거쳐간 유명 배우들과 가수들이 공개적으로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어떻게든 돕겠다"는 의지를 내비쳐왔다. 하지만 이들이 뭉친 추모 행사, 무대 등도 예정된 건 없다. 김 팀장은 "선생님이 말씀 주신 것 중 하나가 '날 갖고 뭘 안해도 된다'였다. 그래서 그걸 묻는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학전 출신 배우들이 1억원씩만 내면 학전을 살리는데 뭘했냐' 이런 말도 있는데, 그분들은 선생님의 성격을 알아서, 말만 꺼내도 혼날 걸 아니까 그런 안하신 것"이라며 "어떻게든 도움을 주셨고, 그건 저희는 감사히 받고 유지해 왔다. 그분들에게 고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무 것도 안받았다. 하지만 저희는 어떻게든 받았다가 맞다"며 "자기의 학업, 일터를 버리고 온 친구들이 지금도 장례식장에 있다. 그런 것들이 다 도움이 됐다. 돈의 가치로 따질 수 없이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 대표의 사인은 폐렴이었다. 김 팀장은 "위암 4기 판정을 받았고, 이미 전이가 된 상태였고, 최종 사인이 폐렴이 된 것"이라며 "다음 병원 일정을 잡던 와중에 저희도 예상치 못하게 그렇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족, 학전 식구들 모두 더 나아지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며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연락을 주고받은 사람도 있고, 의료진을 신뢰하며 열심히 치료를 받았다"고 말하며 갑작스러운 부고를 전했다.
김 대표에 대한 마지막 간담회 장소인 학림에 대해 "선생님이 좋아하셨고, 선생님이 오시면 늘 내어주셨던 공간이었다"며 "아르코가 새로 들어와 지금 축제를 하고 있다"며 "축제를 여는 장에 선생님이 계셨던 공간을 내어달라고 하면 두손두발들어 반겨주시겠지만, 축제의 장소에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곳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림다방 이충열 대표도 "한달 전에도 김 대표를 만났다"면서 갑작스러운 부고에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간담회가 마친 후 이 대표는 김 대표의 빈소를 찾는다고 했다.
한편 김 대표의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24일 오전 8시, 장지는 천안공원묘원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