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나라' 조정석 "다른 영화엔 없는 故 이선균 모습 보실 것"

'광해, 왕이 된 남자' 추창민 감독 신작…"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려 노력"

지난 겨울 극장가 흥행몰이의 중심에 있었던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군부 내 사조직이 불법적으로 권력을 장악한 12·12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12·12 사건 한 달 반쯤 전에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암살당한 10·26 사건이 있었고,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을 비롯해 암살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이 재판 과정을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영화가 다음 달 14일 개봉한다.

천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의 신작 '행복의 나라'다.

'행복의 나라'는 최근 개봉한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와 함께 지난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배우 이선균의 유작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선균은 10·26 당시 중앙정보부장 수행 비서관으로 재판받았던 박흥주 대령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인 강직한 군인 박태주를 연기했고, 조정석은 그의 변호인 정인후 역을 맡았다.

조정석은 22일 서울 광진구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행복의 나라' 제작보고회에서 "다른 영화에선 볼 수 없었던 이선균 배우의 묵직하고도 진중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석은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부터 박태주를 변호하고 싶은 욕망이 치솟았고, 이야기에 꼭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정인후에 대해선 "우리 영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실존 인물과 상관없는) 가공의 인물"이라며 "법정 싸움에 능한 사람인데, 박태주를 변호하는 동안 잘못된 재판에 분노하면서 조금씩 변해 간다"고 소개했다.

'행복의 나라' 촬영 당시 이선균은 추 감독에게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게 조정석 때문이라며 "영화를 함께하면서 조정석에게 배우고 싶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추 감독은 "그렇게 훌륭한 배우가 아직도 호기심과 열망을 가지고 배움의 자세로 연기한다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10·26 사건 합동수사본부장이었던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인 전상두는 유재명이 연기했다.

극 중 전상두는 박태주 등에 대한 재판을 도청하면서 불법적으로 관여한다.

유재명은 전상두에 대해 "편법과 비상식적인 술수로 진실을 은폐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전상두를 연기하면서 가발을 쓰는 대신 실제로 머리의 일부를 짧게 자르거나 밀었다고 한다.

극 중 전상두와 대립하는 육군참모총장 정진우 역은 이원종이 맡았고, 정인후와 함께 변호인단에 속한 변호사 부한명과 최용남은 각각 전배수와 송영규가 연기했다.

변호인단과 법정 다툼을 벌이는 검찰관 백승기 역은 최원영이 맡았다.

제작진은 극의 중심 무대인 법정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한다.

1970년대의 느낌을 살려내기 위해 '아나모픽 렌즈'라는 특수 렌즈로 촬영하기도 했다.

추 감독은 주인공 박태주의 모티브가 된 박흥주 대령에 대해 "이 영화를 통해 그가 세상에 소개되고, 그가 받은 부당한 대우가 조금은 희석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영화 속 장면과 대사 등은 법정 장면과 기록, 다큐멘터리 등에 있는 것을 많이 가져왔다"며 "최대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