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 하반기 '내부통제 고삐' 죈다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은행 이자이익 확대로 올해 상반기 10조원대 순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되는 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금융지주가 올 하반기에는 ‘내부통제’ 고삐를 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횡령 사고가 연이어 터진 데다 최고경영자(CEO)가 금융사고에 책임을 지는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있어서다. 미래 먹거리인 ‘디지털’과 연체율 상승에 따른 ‘리스크 관리’도 핵심 키워드로 꼽힌다.

“경영진부터 윤리경영”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19~20일 이틀간 경남 사천 KB손해보험 연수원에서 양종희 회장과 그룹 경영진 2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하반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을 열었다. 행사 첫 순서로 KB금융 준법감시인인 임대환 부사장이 금융 윤리와 관련한 강의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KB금융 관계자는 “금융업의 기본은 ‘윤리’와 ‘신뢰’라는 점에서 경영진이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발휘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취임 때부터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해온 양 회장은 CEO 특강에서 “금융은 자본 공급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리금융도 지난 12일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내부통제’와 ‘윤리의식’을 강조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달 영업점에서 발생한 180억원 횡령 사건을 두고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의 신념으로 내부통제 강화와 윤리의식 내재화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임 회장은 또 “뼈아프다”고 표현하며 “‘리스크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해 나가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정책과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불확실성 대비해야”

신한금융은 ‘디지털 혁신 가속화’를 하반기 핵심 경영전략으로 내세웠다. ‘고객 중심’ ‘과정의 정당성’ 등 내부통제 준수도 주문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1일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에서 “신한금융의 디지털 혁신은 고객 중심 사고로부터 시작되고, 우리의 성과는 고객이 이롭고 사회에 정의로워야 한다”며 “신한의 혁신 DNA를 다시 일깨우고, ‘고객 중심’을 통해 일류 신한으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 최대주주 비바리퍼블리카(토스)의 이승건 대표를 초청해 특강도 열었다. 경쟁사 CEO를 내부 회의에 초청했다는 점에서 진 회장의 디지털 혁신 의지가 읽힌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협금융은 하반기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은 지난 18일 ‘상반기 성과분석회의’에서 “금융권 전반의 연체율 상승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농협은행의 5월 말 기준 가계대출(0.37%)과 기업대출(0.65%) 연체율이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은 상시로 전략회의를 열고 있는 만큼 별도의 하반기 경영전략회의 일정은 잡지 않은 상태다.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기업대출 건전성 관리를 통한 ‘내실 다지기’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한편 5대 금융은 올 1분기 홍콩 H지수 ELS 자율 배상 여파로 1조6650억원에 달하는 충당부채를 쌓았음에도 2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하며 3년 연속 상반기 10조원대 순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