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위에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민주공화국은 무너진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20일 자신도 모르게 이뤄진 서울중앙지검의 김건희 여사 소환 조사와 관련해 주변에 했다는 말이다. 어제도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으나 대통령 부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총장의 분노는 단순히 본인이 ‘패싱’당했다는 불쾌감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이 보복 탄핵을 당하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검찰청을 아예 없애겠다고 협공하는 마당이다. 그 어느 때보다 권력이 아니라 국민만 바라보고 정정당당해야 할 검찰인데 이번 김 여사 조사 방식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크다.

사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이나 ‘명품백 수수’ 의혹은 그다지 혐의가 중대한 사건이 아니다. 주가 조작 의혹은 문재인 정부에서 친문 검사들이 1년 넘게 수사했지만, 기소조차 못 했다. 명품백 수수 혐의 역시 대통령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 있었다는 증거도 없고 오히려 ‘몰카 공작’이 문제가 될 사건이었다. 하지만 수사와 조사를 미루다 보니 오히려 문제가 커졌고 대통령실은 물론 여권 전체를 짓누르는 정치적 부담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제3의 장소에서 김 여사를 조사하고 검찰총장에게 사전 보고조차 하지 않았으니 이제는 어떤 결론이 나온들 국민이 납득하기 더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하는 일이 여권에서 자꾸 되풀이되는 것은 정무 감각 부족 탓도 있겠지만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망각하기 때문이다. 야당은 더하다. 당장 7개 사건에서 11개 혐의로 4개 재판을 받는 이 전 대표 역시 법 앞의 평등을 말할 자격은 없다. 재판 지연 시도는 기본이고 거대 야당의 힘을 앞세워 검사 ‘방탄 탄핵’, 사법부 압박도 서슴지 않는다. 정치 권력으로부터 ‘법 앞의 평등’을 지키는 게 최우선 책무임을 법원과 검찰은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