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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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융회사에 다니는 홍모씨(37)는 지난해 ‘배당 달력’을 만들었다. ‘슈와브 US 디비던드 에쿼티(SCHD)’ ‘JP모간 나스닥 주식 프리미엄 인컴(JEPQ)’ 등 배당형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코카콜라, 모건스탠리, 스타벅스, 디지털리얼티 등을 편입해 매달 현금을 받는 포트폴리오를 짰다. 그는 “배당 개념을 안 뒤로 보유하던 국내 주식을 모두 팔았다”며 “미국 주식으로 제2 월급 통장을 만드는 게 목표”고 말했다.

서학개미 ‘필수템’ 美 배당 ETF

‘SCHD’ ‘VOO’ ‘QQQ’ ‘JEPI’…. 얼핏 암호처럼 보이지만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사이에선 익숙한 단어다.

서학개미는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미국 배당성장주에 투자하는 SCHD ETF를 무려 3억3779만달러(약 469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레버리지 ETF를 제외하면 뉴욕증시에 상장된 ETF 중 국내 투자자 순매수 규모가 가장 크다.

이 ETF는 10년 넘게 배당금을 지급해온 기업 중 시가총액 5억달러 이상, 일 거래대금 200만달러 이상인 곳을 선별해 투자하고 분기별로 배당금을 지급한다. 지난 12개월간 배당수익률은 약 3.6%다. 1000만원어치를 매수했다면 매 분기 9만원씩 연간 36만원(세전 기준)의 배당금을 받았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ETF 가격이 12.1% 올라 121만원의 평가차익도 누렸다.
일러스트=김선우 기자
일러스트=김선우 기자
채권 이자를 다달이 분배하는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 국채(TLT)’ ETF는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 순매수액이 1억6321만달러(약 2267억원)다. 금리가 높은 시기엔 고율 이자를 받고 금리가 낮아지면 채권에 대한 자본 차익을 낼 수 있는 ETF다.

기술주 투자도 배당형 ETF로 하는 이가 많다. JEPQ에는 올 들어 국내 투자자 자금이 7355만달러(약 1021억원) 몰렸다. 이 ETF는 나스닥100지수 중 고배당주에 투자하고 커버드콜 전략을 통해 편입 종목의 주가 하락 영향을 방어한다. 커버드콜 형식으로 엔비디아와 미국 국채 등에 투자하는 ‘일드맥스 엔비디아 옵션 인컴 스트래티지(NVDY)’ ETF도 6271만달러(약 871억원)로 순매수 상위권에 올랐다.

‘배당 킹’ 모아 달력 만든다

직접 미국 배당주를 매수해 배당 달력을 짜는 전략도 대세로 떠올랐다. 상장사 대부분이 1년에 한 번 배당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분기 배당이 보편적이란 점을 활용한 것이다.

S&P500 상장사 중 약 80%는 3개월 단위로 1년에 네 번 배당금을 준다. 예를 들어 1·4·7·10월에 배당하는 기업, 2·5·8·11월에 배당하는 기업, 3·6·9·12월에 배당하는 기업을 매수하고, 배당 지급일이 서로 다른 월 배당 ETF 세 가지를 섞어 포트폴리오를 짜면 홍씨처럼 거의 매달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이 배당금을 재투자하면 복리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미국에는 이런 배당 투자자를 위한 ‘배당 계급 표’도 마련돼 있다. 50년 이상 꾸준히 배당한 기업인 ‘배당 킹’에는 워런 버핏이 투자한 것으로 유명한 코카콜라를 비롯해 3M, 존슨앤드존슨, P&G 등이 있다. 25년 이상 배당한 ‘배당 귀족’은 AT&T, 엑슨모빌, 시스코 등이다. 10년 이상 배당한 ‘배당 챔피언’으로는 스타벅스, 베스트바이, 프랭클린리소시스 등이 꼽힌다.

미국은 50년 넘게 배당금을 인상해온 회사가 49곳에 달한다. 같은 기간 배당을 꾸준히 늘려온 국내 기업은 없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 10년 평균 주주환원율은 92%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한국(29%)의 3배가 넘는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배당형 투자는 배당금과 기초자산 가치가 꾸준히 상승하는 게 최적의 시나리오”라며 “국내 기업이 투자자에게 배당과 주가 성장에 대한 신뢰를 주지 않는다면 미국으로 투자 이민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당달력 투자전략

월급처럼 매월 배당금을 받기 위해 배당금 지급 시기가 서로 다른 고배당 종목을 조합해 포트폴리오를 짜는 전략. 이를테면 1월에는 A종목, 2월에는 B종목에서 배당을 받는 식이다. 꾸준한 현금 흐름을 창출하면서 리스크는 분산할 수 있다.

선한결/최만수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