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5년간 유럽과 아프리카 등에서 적어도 수십 기 이상의 원전이 새로 건설됩니다. 세계적으로 수조원대의 원전 정비 시장이 새로 열릴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홍연 한전KPS 사장(사진)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원전 정비 시장의 큰 장이 설 전망”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부의 ‘원전 10기 수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폴란드, 영국, 카자흐스탄 등 신규 해외원전 사업을 수주하는 데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한전KPS는 발전·송전 설비를 전문적으로 정비하는 한국전력공사 자회사다. 발전기기의 성능시험과 시운전부터 유지·보수, 해체작업까지 모두 담당한다.

김 사장이 원전 정비 시장의 급성장을 기대하는 건 탈석탄화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원전이 주목받고 있어서다. 올해 세계 원전 시장 규모는 353억달러(약 49조원)로 추산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현재 369GW 규모인 세계 원전 발전량이 2050년 890GW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 25년여 만에 원전 시장이 850억달러 규모로 커진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한전KPS는 유럽과 아프리카 등에서만 20~30기의 원전이 새로 건설되며 3조~4조원대의 원전 정비 시장이 새로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전 성능시험 등을 포함하면 관련 시장 규모는 4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수십 년간 국내외 75개 발전소에서 기술력을 쌓은 한전KPS가 앞으로 25년을 도약의 기회로 보는 이유다.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도 한전KPS의 원전 정비 능력은 빛을 발했다. 지난 17일 한전KPS는 하루 만에 글로벌 원전 시장의 최대 경쟁자인 프랑스를 두 번 꺾었다. 이날 한전KPS는 브라질 원전 정비공사 수주전에서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정비 자회사인 프라마톰을 최종적으로 누르고 본입찰 계약을 체결했다. 뒤이어 한전KPS가 참가한 ‘팀 코리아’ 컨소시엄이 체코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경사가 겹쳤다.

한전KPS가 잇달아 해외 수주사업에서 성과를 낸 데는 철저한 현지화가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전KPS는 2022년 원전수출추진실을 설치하고 체코 기업들과 업무협약(MOU)을 맺는 방식으로 현지화를 추진했다. 2022년 6월 호지티프사와 I&C에너고 등 3곳, 지난 6월에는 스코다JS와 베트바르 등 체코의 원전 관련 기업과 잇달아 MOU를 체결했다.

올해 2월에는 MOU를 체결한 체코 기업의 직원들을 국내로 초청해 한국형 원전과 한전KPS의 정비기술을 선보였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