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코스닥지수가 연일 휘청거리고 있다.

배터리株 '트럼프 리스크'…코스닥 800 방어선 위태
22일 코스닥지수는 2.26% 하락한 809.96에 마감했다. 지난 2월 7일(종가 기준 811.92) 후 약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이 약 1873억원, 기관이 787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투자자가 2604억원어치를 사들이며 매도 물량을 받아냈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인 에코프로비엠의 주가가 휘청거리자 지수도 함께 흔들렸다. 이날 에코프로비엠은 6.65% 내린 18만1000원에 마감했다. 모회사인 에코프로 역시 4.89% 떨어진 9만5400원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주요 2차전지주로 꼽히는 엔켐(-2.62%), LS머트리얼즈(-6.08%), 천보(-6.01%) 등도 약세였다.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을 포기한 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8일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전기자동차 의무화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하며 코스닥 2차전지주로 불똥이 튀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7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을 36%로 의무화하고, 2032년까지 이 비중을 56%로 단계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대선 리스크가 부각되자 이날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 2차전지주를 집중 매도했다. 외국인은 이날 에코프로를 223억원, 에코프로비엠을 22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날 외국인의 코스닥 순매도 1, 2위다. 기관 역시 에코프로비엠을 176억원어치 팔았다.

증권가 관계자들은 ‘트럼프 리스크’가 두드러지고 완성차 업체들이 투자 속도를 조절하면서 2차전지주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한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비싼 전기차 가격이 있다”며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투자 악화는 물론 양극재 기업의 2분기 실적 악화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의 다수를 차지하는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주 역시 하락했다.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인 리노공업은 최근 5거래일 사이 12.06%, 반도체용 레이저 장비 업체인 이오테크닉스는 같은 기간 8.3% 빠졌다. 트럼프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코스닥지수가 조만간 800을 밑돌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메모리 시장의 상승 전환이 좀 더 길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미국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시장은 다시 안갯속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