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59)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 차기 대선의 대결 구도가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다. 백인 남성 간 경쟁에서 흑인 혼혈 여성과 백인 남성의 대결로 판이 바뀐다. 뿐만 아니라 나이와 출신, 경력 면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대비된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의 표심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을 공략했다. 이민정책을 앞세워 흑인과 히스패닉에 집중했다. 이미 미국 사회에 편입된 흑인과 히스패닉 중 상당수가 이민을 막는 트럼프식 해법을 지지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략은 수치로 입증된다.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0년엔 흑인 유권자 중 92%가 바이든을 지지했고 8%만 트럼프를 지지했다. 올해 5월 기준으로 바이든 지지율은 77%, 트럼프 지지율은 18%로 그 격차가 줄었다. 젊은 흑인층에서 변화가 두드러졌다. 50세 미만 흑인 유권자의 68%는 바이든을, 29%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에선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되면 이런 판도가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50대 여성으로서 젊은 층과 여성을 공략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해리스 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이 문제를 정조준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정부에서 낙태권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공격수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되면 미국 대선에서 낙태 문제를 둘러싼 전선이 더 선명해질 수 있다. 낙태 문제는 민주당 및 진보 진영을 결집할 핵심 이슈다. 해리스 부통령은 아프리카계 및 아시아계를 두루 포용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