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민생침해범죄 대응 강화 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를 마친 뒤 승강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민생침해범죄 대응 강화 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를 마친 뒤 승강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가 주말 새 ‘제3의 장소’에서 비밀리에 이뤄진 것을 두고 검찰 내부 갈등이 표면화됐다. 이원석 검찰총장(사법연수원 27기)이 이례적으로 수사팀을 공개 질책하며 직접 사과에 나섰다. 수사를 둘러싼 여야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특혜 조사라며 ‘김건희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했고, 국민의 힘은 “비공개 조사는 합당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사안에 대해 “검찰 내부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이원석 “국민과 한 약속 못 지켰다”

이 총장은 22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일선 검찰청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제 책임이며,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지난 20일 오후 1시30분께 서울 창성동 소재 대통령 경호처 부속 청사에 비공개로 김 여사를 불러 12시간가량 대면조사했다. 이 총장이 해당 사실을 알게 된 건 조사가 이뤄진 지 약 10시간이 지난 밤 11시10분께였다. 김 여사를 검찰청으로 소환해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이 총장을 ‘패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중앙지검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배제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과 그렇지 않은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을 동시에 조사하느라 총장 보고가 늦어졌다는 입장이다.

이창수 중앙지검장(30기)은 조사 후 이틀이 지난 이날 이 총장을 찾아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김 여사 수사를 둘러싼 검찰 수뇌부 간 갈등이 쉽사리 봉합되긴 어려워 보인다. 이 총장은 이 자리에서 검찰청 소환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강하게 질책했고, 이 지검장의 보고와 별개로 대검 감찰부에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일선에선 반발 기류가 감지됐다. 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 소속돼 있다가 지난 5월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수사 전담팀으로 중앙지검 형사1부에 파견된 김경목 부부장 검사(38기)는 이날 대검의 감찰 지시 소식이 전해진 이후 사표를 제출했다.

수사지휘권 배제 논란…秋 “궁색해”

도이치모터스 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의해 배제된 뒤 4년째 복원되지 않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권이 갑자기 4년 전 내려진 지시를 금쪽으로 여긴다”며 “어쩌면 그리도 궁색한가”라고 비판했다.

여야의 공방도 격화됐다. 민주당은 이날 ‘김건희 특검’을 앞세워 정부·여당을 압박했고,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비공개 조사는 합당한 조치”라며 맞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검찰 내부의 문제인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지난 5월 검찰 인사로 노출된 대검과 중앙지검 간 ‘불협화음’은 이 총장 임기 종료(9월 15일) 전까지 쉽사리 봉합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한 차례 사퇴 압박을 받았던 이 총장은 “직무대리까지 합쳐 총장직을 수행한 지 만 2년2개월이 지났다. 이 자리에 무슨 여한이나 미련이 있겠냐”면서도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원칙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보고, 부족하다면 거취에 대해 판단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