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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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투자자들에게 미국 주식은 ‘우상향’의 상징처럼 여겨지곤 합니다. 실제 미국 S&P500지수의 차트를 보면 이러한 믿음이 허황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죠. 2004년 7월 19일 1100.9였던 S&P500지수는 지난 19일 5505.0까지 수직 상승했습니다. 최근 20년 동안 무려 5배나 뛴 겁니다.

그런데 이 기간 미국 주식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안겨준 자산이 있습니다. 바로 금(金)입니다. 금 가격(선물 기준)은 2004년 7월 19일 405.8달러에서 지난 19일 2399.1달러로 20년새 6배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금은 미국 주식, 선진국 주식, 신흥국 주식 등을 모두 앞지르고 21세기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한 자산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물론 비트코인, 파생상품 같은 초고위험 자산은 제외한 통계입니다.)
최근 20년간 금 선물 가격 추이
최근 20년간 금 선물 가격 추이
금은 변동성이 적은 안전자산인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연금투자 관점에서 포트폴리오 일부를 금에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금에 투자하기 위해 무턱대고 금은방을 찾아가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금값이 앞으로도 오를지, 가장 저렴하게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금값 '꿈틀'

지난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8월물)은 트로이온스(약 31.1g)당 2467.80달러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21일에는 트로이온스당 2413.40달러로 소폭 조정을 받긴 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22.7%나 높은 수준입니다. 역사적으로 금 가격이 우상향한 것은 맞지만 최근 상승세는 돋보이는 수준입니다.

올 들어 금 가격이 오른 것은 금리 인하 기대 때문입니다. 금은 이자가 없는 자산이기 때문에 금리가 높을수록 상대적 매력이 떨어집니다. 반면 금리 인하기에는 금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금값 상승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트럼프노믹스 2.0’이 내세우는 감세 정책과 재정 확장 기조가 인플레이션을 키우고, 이는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인 금 강세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금 가격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입니다. 또 달러의 패권이 약해지면, 중국이나 인도 같은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달러 대신 금을 매입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달러 약세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프랑스 은행 나티시스의 버나드 다다 수석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트럼프가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은 미국과 중국 간 관계 악화로 인해 중앙은행이 달러의 대안을 모색하도록 자극할 것”이라며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금 매입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헤지펀드의 전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는 “금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그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금은 효과적인 분산 투자 수단임에도 일반적으로 과소 평가되고 있다”며 “전통적인 자산 조합을 고려할 때 최적의 포트폴리오에는 약 10% 이상의 금이 포함돼야 한다. 나 또한 금을 추가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금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만큼 단기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지난 수십년과 마찬가지로 우상향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전문가들이 금 투자에 대해 단기 차익 추구보다 장기 투자 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이유입니다.
중동지역 지정학적 위험으로 국제 금값이 온스당 2400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4월 21일 시민들이 서울 종로 귀금속거리를 지나고 있다./2024.04.21 한국경제신문 최혁 기자
중동지역 지정학적 위험으로 국제 금값이 온스당 2400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4월 21일 시민들이 서울 종로 귀금속거리를 지나고 있다./2024.04.21 한국경제신문 최혁 기자

금 쓸어담는 개미들

국내 투자자들도 금값 상승에 적극적으로 베팅하는 모습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RX금시장의 거래대금은 총 8793억원으로 전년 동기(6283억원)보다 39.9% 증가했습니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의 거래 비중이 42.9%로 가장 높았고 기관(39.7%)과 실물사업자(15.7%)가 뒤를 이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은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도 몰려들고 있습니다. 올 들어 이달 22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ACE KRX금현물’ ETF를 728억원어치 순매수했습니다. 국내 상장된 전체 원자재 ETF 가운데 순매수 1위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그만큼 금 투자 수요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은행을 통해 금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금 통장(골드뱅킹) 상품이 있는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6월 말 기준 계좌 수는 25만9716좌로, 1월(25만2132좌) 이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문일영 신한은행 PWM 한남동센터 팀장은 “고액자산가들은 자산 배분 관점에서 금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많다”이라며 “증여·상속세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꾸준히 금을 매입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투자 방법별 장단점은

그렇다면 금은 어떻게 투자하면 될까요. 가장 직관적인 방식은 ‘금덩이’ 골드바를 구입하는 겁니다. 실제로 고액자산가를 비롯한 많은 투자자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금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골드바 투자는 매입 단계에서 부가가치세 10%가 붙고, 5% 안팎의 세공비도 내야 합니다. 금값이 15%는 올라줘야 본전이라는 뜻입니다.
금 투자 방법
금 투자 방법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세금 부담이 덜한 방법은 ‘KRX금시장’입니다. 주식처럼 증권사에 금 투자 계좌를 개설해 한국거래소 금시장을 통해 사고파는 방식인데요. 투자 수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등이 붙지 않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고액자산가라면 최고 49.5%에 달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데, KRX금시장을 통한 매매차익은 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됩니다.

좀 더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금 ETF가 있습니다. 증권사 계좌만 있다면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금 ETF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 금현물 ETF’,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골드선물(H)’,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골드선물(H)’ 등이 있습니다. 다만 금 ETF의 경우 다른 ETF와 마찬가지로 매매차익의 15.4%를 배당소득세로 내야 합니다.

퇴직연금이나 연금저축 계좌에서 금 ETF에 투자할 경우 과세이연, 세액공제 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퇴직연금 계좌에선 금선물 ETF에 투자할 수 없고, 금현물 ETF만 매매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국내 상장 ETF 중에는 ACE KRX금현물 ETF가 유일한 현물 ETF인데요. 연금 계좌에서 위험자산으로 분류돼 편입 비중은 최대 70%까지 가능합니다.

시중은행의 금 통장인 ‘골드뱅킹’도 초보 투자자라면 고려해볼 만한 상품입니다.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돈을 입금하면 은행이 국제 금 시세에 맞춰 금을 구매하고 적립하는 식입니다. 자동이체 기능을 활용한 적립식 투자 등 부가서비스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시중은행 가운데선 국민·신한·우리은행에서 금 통장을 가입할 수 있습니다. 0.01g 단위로 거래할 수 있어 적립식 소액 투자가 가능합니다. 금 통장은 매매 차익에 대한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됩니다. 금 통장에서 금을 매도한 다음 현금으로 받거나 금으로 받는 경우 기준가격의 1%에 해당하는 수수료가 붙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