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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결국 굴복했습니다. 민주당 안팎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했습니다. 6·27 참사로 불린 TV 대선 토론이 있은 지 25일 만입니다. 본격적인 사퇴 요구를 받은 지 3주만의 일입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재대결로 진행되던 미국 대선 구도는 급변하게 됐습니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은 본인의 러닝 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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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상대하기 쉽다"며 자신만만해 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로 급변한 미국 대선 정국이 어떻게 될 지를 중심으로 이번주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바이든, 성명서로 일단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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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전 대통령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21일 일요일 오후 2시께 일단 성명서로 후보직 사퇴를 알렸습니다. 코로나19 확진으로 델라웨어 자택에서 머물면서 자신의 엑스 계정을 통해 성명을 내놨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는 것이 내 의도였으나 (후보에서) 물러나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의 의무를 다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당과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내 결정에 대해 금주 후반에 더 구체적으로 국민들에게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몸 상태가 안좋으니 사퇴 사실만 알리고 건강이 회복되면 공개 연설로 소상히 사퇴 배경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를 하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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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심신이 지친 가운데 당 안팎의 사퇴 압력을 이기지 못한 게 가장 컸습니다. 40명에 가까운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사퇴요구를 했고 우군이었던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이 사퇴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3주간 잘 버텼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방미와 파리 올림픽 개막 등이 있는 '골든위크'를 앞두고 무릎을 꿇었습니다.

경합주를 중심으로 지지율이 하락했고 큰 손들의 정치자금도 하나둘씩 끊겼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세등등입니다. 지지율이 오르고 모금 규모가 커졌습니다. 피격 사건 이후 거의 신격화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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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골 트럼프 앞에 너무나도 약골로 비쳐진 바이든의 모습으로 인해 민주당 안팎의 위기감이 컸습니다. 4년 전만 해도 바이든은 트럼프 저격수로 출전해 대선에 승리했지만 리턴매치엔선 '고령 리스크'로 인해 너무 약한 카드가 돼버린 것입니다.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을 접수했듯 민주당도 '반 트럼프당'으로 결집시키는 역할을 한 셈입니다.

해리스 러닝메이트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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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별도의 글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선언을 했습니다. 그는 "카멀라가 우리 당의 후보가 되는 것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표명한다"고 얘기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한 건 약 10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최선의 선택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다른 정치인이 후보가 될 경우 현행법 상 바이든과 해리스 선거 캠프에서 거둔 2억 달러(약 28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선거에 투입하기 힘들게 됩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확보한 대의원들의 유효성을 둘러싼 법적·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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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 뛰어들면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에 이어 다시 한번 사상 첫 미국 여성 대통령직에 도전하게 됩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중남미 카리브해 섬나라 자메이카 출신인 부친, 인도 브라만 가문 출신의 모친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카멀라’란 이름은 인도 산스크리트어로 '연꽃'이란 의미입니다.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면 러닝메이트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앤디 베쉬어 켄터키 주지사가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경합주를 이기기 위해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와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등도 거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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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에 도전하면 '부통령 대타 징크스'를 깨야 합니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1968년 재선에 나섰다가 베트남 반전 여론에 밀려 예비 경선 도중에 후보직을 포기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존슨의 후임으로 휴버트 험프리 당시 부통령을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지명하려고 했지만 대다수의 당원들은 험프리를 반대했습니다. 그럼에도 당 간부들의 추대로 대선 후보가 된 험프리 부통령은 그해 11월 대선에서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에게 참패했습니다.

트럼프, "해리스, 더 쉬운 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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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해리스 대세론에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새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약식 경선 등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민주당 지지자를 끌어모으기 위해서라도 해리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경선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고위급 인사들은 대체 후보 선출을 위한 개방형 경선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런 절차를 이번 주중 민주당이 정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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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을 모두 저격했습니다. CNN과 통화에서 바이든은 최악의 대통령이고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선 "바이든보다 이기기 쉽다"고 호언장담했습니다. 8년 전 힐러리 전 국무장관을 이긴 경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민주당이 해리스를 중심으로 뭉쳐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선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습니다. 이미 바이든 대통령이 바닥을 쳐서 올라갈 일만 남았는 지 모를 일입니다. 9월 2차 대선 토론회에서 또다른 진검승부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GDP와 PCE, 연착륙 보여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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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다시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가 15일 공개한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을 향해 "임기 시작전에 기준금리를 내리지 말라"고 압박했습니다.

그러나 Fed 인사들은 대선과 관계없이 금리를 결정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오직 인플레이션과 경제 상황만 보고 가겠다는 얘기입니다. 시장 기대대로 9월에 금리를 인하하려면 인플레이션은 완화하고 경기는 식어야 합니다. 아니면 둘 중 하나라도 꺾이는 정도가 아주 커야 합니다.
바이든 전격 사퇴에 급변…미국 대선 이렇게 된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이번 주엔 두가지 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가 나옵니다. 25일에 2분기 성장률 속보치가 나옵니다. 시장 예상치는 전 분기 대비 2%(연율 기준) 정도입니다. GDP 나우는 2.7%로 높여 잡았습니다.

1분기 성장률이 1.4%여서 다시 미국 경제는 식지 않고 활활 타오르고 있다는 심리가 확산할 수 있습니다. 6월 소매판매가 예상을 웃도는 보합으로 나온 것처럼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으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질 공산이 큽니다.
바이든 전격 사퇴에 급변…미국 대선 이렇게 된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다음날엔 개인소비지출(PCE)이 공개됩니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둔화 흐름을 보여서 6월 PCE 물가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전체 PCE와 근원 PCE 모두 5월에 전년 동기대비 2.6% 상승했는데 6월엔 두 지수 모두 2.5% 상승으로 둔화했을 것으로 시장에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전격 사퇴에 급변…미국 대선 이렇게 된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이번주엔 빅테크의 실적 발표도 이어집니다. 지난 주에 트럼프와 바이든의 반도체 연타로 반도체주가 흔들렸습니다. 보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과정에서 일어난 사이버 정전 파장도 계속됐습니다.

이런 우려를 실적으로 만회할 수 있을 지가 관전포인트입니다. 23일에 알파벳과 테슬라가 실적을 내놓습니다. 24일엔 IBM 26일엔 3M이 실적을 공개합니다.

외생 변수인 정치 리스크를 딛고 미국 경제와 증시가 강한 펀더멘탈을 이어갈 지가 이번주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