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밸류업 위해 대수술하나…구조 재편론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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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시장 구조개편 검토 용역 발주 예정
日 등 해외사례 분석
정은보 "주식시장 구조 개편할 때 됐다"
日 등 해외사례 분석
정은보 "주식시장 구조 개편할 때 됐다"
한국거래소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의 일환으로 '주식시장 구조 재편' 검토에 나선다. 2005년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 선물거래소가 통합해 한국거래소가 출범한 후 20년 만에 시장 구조에 대대적인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금융당국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조만간 경쟁입찰을 통해 '거래소시장 구조 재편' 관련 연구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2013년 코넥스 시장이 출범하면서 구축된 유가증권(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 구조의 재편 검토는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지시에 따른 조치로 확인됐다. 정 이사장은 앞서 지난 5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시장 재편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용역은 정 이사장의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거래소시장 구조 재편 관련 연구 용역은 다음달 중 시작될 예정이다. 용역 추진을 위해 거래소 코스닥시장부 주도 아래 유가증권을 담당하는 주식시장부와 코넥스시장부 실무진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최근 한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당국 한 관계자는 일본 등 해외 성공 시장 개편 사례를 검토해 우리 시장구조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보자는 취지"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을 기존 3개에서 2개로 통합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까지는 수립한 게 없다"며 "연구 결과는 연말께 받아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거래소가 시장구조 재편을 검토하는 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현상, 미국으로의 '머니무브'(자금이탈)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글로벌 증권 거래소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상장사 가치를 높여 한국 자본시장의 투자매력을 높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앞서 2022년 4월 일본 당국도 비슷한 맥락에서 상장기업 구조를 대대적으로 손본 바 있다. 당시 일본은 일본거래소그룹(JPX) 거래소 시장을 기존 5개(메인 1부 2부·자스닥 1부 2부·마더스)에서 3개(프라임·스탠다드·그로스)로 간소화했다. 유동성과 시가총액, 재무상태 등을 기준으로 삼아서다. 그로스 시장은 성장성이 높지만 프라임과 스탠다드 상장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이 속한다. 스탠다드 시장은 기업가치 제고가 예상되는 기업 모임으로 프라임 시장 상장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한다. 일본은 시장 재편으로 각 시장의 성격을 뚜렷하게 하는 효과를 봤다. 과거에는 한국의 유가증권시장 격인 '메인 1부 시장'에만 상장이 쏠리면서 시장 간 시가총액 격차가 심했다. 때문에 시장들의 본래 취지가 무색하고 구별도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기업들이 1부 시장으로 올라간 뒤로는 가치를 올리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재편으로 '단계별 성장형'의 구조를 정립하면서도 각 시장의 상장유지 요건을 조여 기업들의 동기를 강화하려고 한 것이다. 그 결과, 각 시장을 직관적으로 간소화하면서 일본 시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례로 일본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보유 비중은 꾸준히 증가세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말 외국인 보유 비중은 26.3% 수준에 그쳤지만 지난해 말 기준 추산치는 30.8%이다.
우리나라도 일본 등이 만든 선례를 따라갈 수 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간 겹치는 기능을 최소화하고 역할을 분담해, 시장들을 기존 '상호 경쟁적' 체제에서 '단계적' 승강 체제로 바꾸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아울러 올해 정부 예산을 전액 삭감당한 코넥스 시장의 역할도 재논의될 방침이다. 올 들어 22일 현재 코넥스 시장에 새로 상장한 기업은 두 곳(세븐브로이맥주·팡스카이)뿐이다.
한국거래소의 한 임원은 "시장 구조를 다시 한 번 그려보겠다는 구상"이라며 "일본 JPX나 런던증권거래소(LSE)에서 통용되는 병렬식의 시장구조를 취할지, 시장을 가르지 않고 '원마켓' 아래 세그먼트 형식으로 기업들을 구분할지는 용역 결과를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내놓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가 출범 예정인 가운데 한국거래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거래소 간 경쟁체제가 구축된 만큼, 한국거래소도 시장 개혁에 적극 나설 입장이란 설명이다. 국내 증시는 지난 70년간 한국거래소의 독점체제로 운영됐지만, 투자자 편익 증대 등을 이유로 ATS가 추진됐다. ATS는 기존 거래소의 3대 기능인 상장·거래·청산 중 거래를 담당하는 플랫폼으로 내년 상반기 출범 예정이다. ATS가 도입되면 투자자들은 거래소를 선택할 수 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19일 금융당국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조만간 경쟁입찰을 통해 '거래소시장 구조 재편' 관련 연구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2013년 코넥스 시장이 출범하면서 구축된 유가증권(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 구조의 재편 검토는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지시에 따른 조치로 확인됐다. 정 이사장은 앞서 지난 5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시장 재편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용역은 정 이사장의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거래소시장 구조 재편 관련 연구 용역은 다음달 중 시작될 예정이다. 용역 추진을 위해 거래소 코스닥시장부 주도 아래 유가증권을 담당하는 주식시장부와 코넥스시장부 실무진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최근 한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당국 한 관계자는 일본 등 해외 성공 시장 개편 사례를 검토해 우리 시장구조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보자는 취지"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을 기존 3개에서 2개로 통합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까지는 수립한 게 없다"며 "연구 결과는 연말께 받아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거래소가 시장구조 재편을 검토하는 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현상, 미국으로의 '머니무브'(자금이탈)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글로벌 증권 거래소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상장사 가치를 높여 한국 자본시장의 투자매력을 높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앞서 2022년 4월 일본 당국도 비슷한 맥락에서 상장기업 구조를 대대적으로 손본 바 있다. 당시 일본은 일본거래소그룹(JPX) 거래소 시장을 기존 5개(메인 1부 2부·자스닥 1부 2부·마더스)에서 3개(프라임·스탠다드·그로스)로 간소화했다. 유동성과 시가총액, 재무상태 등을 기준으로 삼아서다. 그로스 시장은 성장성이 높지만 프라임과 스탠다드 상장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이 속한다. 스탠다드 시장은 기업가치 제고가 예상되는 기업 모임으로 프라임 시장 상장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한다. 일본은 시장 재편으로 각 시장의 성격을 뚜렷하게 하는 효과를 봤다. 과거에는 한국의 유가증권시장 격인 '메인 1부 시장'에만 상장이 쏠리면서 시장 간 시가총액 격차가 심했다. 때문에 시장들의 본래 취지가 무색하고 구별도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기업들이 1부 시장으로 올라간 뒤로는 가치를 올리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재편으로 '단계별 성장형'의 구조를 정립하면서도 각 시장의 상장유지 요건을 조여 기업들의 동기를 강화하려고 한 것이다. 그 결과, 각 시장을 직관적으로 간소화하면서 일본 시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례로 일본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보유 비중은 꾸준히 증가세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말 외국인 보유 비중은 26.3% 수준에 그쳤지만 지난해 말 기준 추산치는 30.8%이다.
우리나라도 일본 등이 만든 선례를 따라갈 수 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간 겹치는 기능을 최소화하고 역할을 분담해, 시장들을 기존 '상호 경쟁적' 체제에서 '단계적' 승강 체제로 바꾸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아울러 올해 정부 예산을 전액 삭감당한 코넥스 시장의 역할도 재논의될 방침이다. 올 들어 22일 현재 코넥스 시장에 새로 상장한 기업은 두 곳(세븐브로이맥주·팡스카이)뿐이다.
한국거래소의 한 임원은 "시장 구조를 다시 한 번 그려보겠다는 구상"이라며 "일본 JPX나 런던증권거래소(LSE)에서 통용되는 병렬식의 시장구조를 취할지, 시장을 가르지 않고 '원마켓' 아래 세그먼트 형식으로 기업들을 구분할지는 용역 결과를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내놓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가 출범 예정인 가운데 한국거래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거래소 간 경쟁체제가 구축된 만큼, 한국거래소도 시장 개혁에 적극 나설 입장이란 설명이다. 국내 증시는 지난 70년간 한국거래소의 독점체제로 운영됐지만, 투자자 편익 증대 등을 이유로 ATS가 추진됐다. ATS는 기존 거래소의 3대 기능인 상장·거래·청산 중 거래를 담당하는 플랫폼으로 내년 상반기 출범 예정이다. ATS가 도입되면 투자자들은 거래소를 선택할 수 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