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를 풍성하게 넣다가 여기저기 터질 것 같은 '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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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미술관 2024 창작산실 협력전시 '집(ZIP)'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부터 20대 작가 박소연까지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부터 20대 작가 박소연까지

이번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예술진흥기금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시각예술 분야 기획자와 창작자를 연결하며 전시, 출판, 행사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총지원예산은 27억4800만원이다.
작가 16명의 신작을 포함한 작품 50여점을 폭넓게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압축파일을 뜻하는 '집 파일'과 다양한 세대 조각가들을 '지퍼'처럼 연결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재료, 물성, 조형 등 조각의 기본 요소를 바탕으로 오늘날 조각을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하겠다는 취지다.


이처럼 몇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감상하면 전시를 한층 깊이 음미할 수 있다. 독특한 재료의 질감이 돋보이는 작업들이 그중 한 갈래다. 비누를 빚어 만든 신미경의 도자기, 미용실에서 머리를 털 때 사용하는 폴리우레탄 스펀지를 활용한 서혜연의 설치작업 등이다.


2층의 균형을 잡아주는 건 김윤신이다. 40여년간 남미에서 활동하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거장의 울림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올해 베네치아 비엔날레 본전시에도 선보인 대표작 '합이합일 분이분일' 연작과 최근 한국에서 제작한 회화 조각 '노래하는 나무'(2024)를 나란히 배치했다.

통일된 주제가 드러나지 않는 점에서 다소 난삽하고 위태롭게 느껴질 수 있겠다. 전시 주제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 작가 한명 한명의 작품 세계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이들을 엮은 '지퍼'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인상마저 준다. 작가의 이야기를 진득하게 파고들기보단, 거시적인 관점에서 훑어보기 좋은 전시다. 9월 8일까지.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