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에 계속되는 사고…주민들 "산사태 날까 무서워"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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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인왕산 있는 서울 도심 종로구도 최근 잇단 피해
지자체 인력 부족 등으로 실태 파악·예방 조치 한계 "산 밑이라 산사태 날까 봐 무섭지. 요새 비가 말도 못 하게 쏟아지니까 언제 뭐가 무너질지 모르죠."
최근 서울에 강하고 많은 비가 산발적으로 이어져 산 인근 지역 거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잇따른 비에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다시 비가 내리면서 축대가 붕괴하거나 토사 유출로 구조물이 무너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북악산·인왕산이 있는 서울 종로구는 최근 2주 새 내린 장맛비에 크고 작은 붕괴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 등재 후보인 서울 한양도성 성곽이 약 30m 무너져 내려 북악산 1번 탐방로가 폐쇄됐다.
17일에는 종로구 홍지동 야산에서 유출된 토사가 개인 사찰 마니사로 흘러내려 이재민이 1명 발생했고, 북악스카이웨이로 가는 평창동 도로 안전 펜스가 일부 무너져 교통 통제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튿날에는 종로구 부암동 한 개인 주택 축대가 무너져 주차돼있던 벤츠 차량 1대가 파손되는 사고도 있었다.
1950년대부터 부암동에서 거주했다는 이춘자(78)씨는 "밑에 있던 차 한 대가 축대에 깔렸는데 만약 거기 사람이 있었다면 죽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인왕산 바로 아래 집이 있기도 하고 오래된 집이 많아 위험한 곳이 많다"며 "어떤 집 아들은 '무너지면 다 죽을 수도 있으니 담 밑으로 다니지 말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53)씨도 "몇 년 전에 우리 집 뒤도 무너졌었는데 축대 있는 집들이 많아 불안하다"며 "앞으로 계속 비가 온다는데 걱정이 크다"고 했다.
이처럼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는 가운데 금주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장마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돼 산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지만 세밀한 예방 조치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축대 붕괴사고가 난 부암동 주택의 경우 1990년에 지어져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으로 분류되지만 지금껏 안전 점검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매년 노후 건축물 300∼400곳 정도를 선정해 점검하는데 대체로 3층 이상 주택이 우선순위에 두고 진행한다"며 "이 주택의 경우 2층짜리라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종로구 특성상 오래된 주택 등 노후 건축물이 많아 매년 모든 곳을 일일이 조사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인력 부족 등 지자제 실정에 공감하면서도 적극적인 예방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계원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교수는 "종로구 부암동 등 경사가 급한 지역의 경우 기본적으로 옹벽이나 축대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그 지역에서 옹벽에 금이 가는 등 이상 현상이나 위험 징후가 발생한 곳은 주변 지역 전체에 대해 일괄 점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옹벽이나 축대 붕괴, 산사태로 인한 피해는 실태 파악을 통한 예측과 예방이 가장 중요하지만 지자체에서는 인력 부족 등 문제로 실태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력이 없다 보니 안전 점검을 하더라도 형식적인 조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2년 호우에 축대가 무너졌던 서울 동작구 극동아파트도 사고 몇 개월 전 지자체에서 점검했지만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비가 많이 오면 언제 어디가 무너질지 모르는데도 실태 파악이나 관리가 되지 않으니 늘 사고가 난 뒤에야 위험했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평소 오래되거나 위험하다고 느껴지는 건축물을 지자체에 제보하거나 재난에 상시 대비할 수 있는 일종의 민방위 같은 조직을 운영하는 등 주민들의 협조도 필요하다.
이 교수는 "그 지역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주민들"이라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모든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안전 실태를 파악해 행정적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시민 대상 재난교육을 통해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사고 시 대피 방법 등을 숙지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지자체 인력 부족 등으로 실태 파악·예방 조치 한계 "산 밑이라 산사태 날까 봐 무섭지. 요새 비가 말도 못 하게 쏟아지니까 언제 뭐가 무너질지 모르죠."
최근 서울에 강하고 많은 비가 산발적으로 이어져 산 인근 지역 거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잇따른 비에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다시 비가 내리면서 축대가 붕괴하거나 토사 유출로 구조물이 무너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북악산·인왕산이 있는 서울 종로구는 최근 2주 새 내린 장맛비에 크고 작은 붕괴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 등재 후보인 서울 한양도성 성곽이 약 30m 무너져 내려 북악산 1번 탐방로가 폐쇄됐다.
17일에는 종로구 홍지동 야산에서 유출된 토사가 개인 사찰 마니사로 흘러내려 이재민이 1명 발생했고, 북악스카이웨이로 가는 평창동 도로 안전 펜스가 일부 무너져 교통 통제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튿날에는 종로구 부암동 한 개인 주택 축대가 무너져 주차돼있던 벤츠 차량 1대가 파손되는 사고도 있었다.
1950년대부터 부암동에서 거주했다는 이춘자(78)씨는 "밑에 있던 차 한 대가 축대에 깔렸는데 만약 거기 사람이 있었다면 죽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인왕산 바로 아래 집이 있기도 하고 오래된 집이 많아 위험한 곳이 많다"며 "어떤 집 아들은 '무너지면 다 죽을 수도 있으니 담 밑으로 다니지 말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53)씨도 "몇 년 전에 우리 집 뒤도 무너졌었는데 축대 있는 집들이 많아 불안하다"며 "앞으로 계속 비가 온다는데 걱정이 크다"고 했다.
이처럼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는 가운데 금주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장마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돼 산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지만 세밀한 예방 조치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축대 붕괴사고가 난 부암동 주택의 경우 1990년에 지어져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으로 분류되지만 지금껏 안전 점검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매년 노후 건축물 300∼400곳 정도를 선정해 점검하는데 대체로 3층 이상 주택이 우선순위에 두고 진행한다"며 "이 주택의 경우 2층짜리라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종로구 특성상 오래된 주택 등 노후 건축물이 많아 매년 모든 곳을 일일이 조사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인력 부족 등 지자제 실정에 공감하면서도 적극적인 예방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계원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교수는 "종로구 부암동 등 경사가 급한 지역의 경우 기본적으로 옹벽이나 축대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그 지역에서 옹벽에 금이 가는 등 이상 현상이나 위험 징후가 발생한 곳은 주변 지역 전체에 대해 일괄 점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옹벽이나 축대 붕괴, 산사태로 인한 피해는 실태 파악을 통한 예측과 예방이 가장 중요하지만 지자체에서는 인력 부족 등 문제로 실태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력이 없다 보니 안전 점검을 하더라도 형식적인 조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2년 호우에 축대가 무너졌던 서울 동작구 극동아파트도 사고 몇 개월 전 지자체에서 점검했지만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비가 많이 오면 언제 어디가 무너질지 모르는데도 실태 파악이나 관리가 되지 않으니 늘 사고가 난 뒤에야 위험했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평소 오래되거나 위험하다고 느껴지는 건축물을 지자체에 제보하거나 재난에 상시 대비할 수 있는 일종의 민방위 같은 조직을 운영하는 등 주민들의 협조도 필요하다.
이 교수는 "그 지역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주민들"이라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모든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안전 실태를 파악해 행정적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시민 대상 재난교육을 통해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사고 시 대피 방법 등을 숙지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