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MLCC로 장식한 자동차 모형. /삼성전기 제공
삼성전기 MLCC로 장식한 자동차 모형. /삼성전기 제공
안 들어가는 전자 제품을 찾기 어려워 ‘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MLCC가 들어가는 스마트폰과 PC 업황이 회복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적용한 고성능 정보기술(IT) 제품이 나오며 기기당 장착되는 MLCC 수량이 30% 이상 늘어난 것도 업황 개선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수요 증가에 일본 무라타와 TDK, 대만 야게오 등이 가격 인상에 나섰다. MLCC 세계 2위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MLCC 사업을 하는 삼성전기도 제품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MLCC 가격 10~20% 오른다

4년 만에 살아나는 '산업의 쌀' MLCC
22일 외신에 따르면 일본 무라타와 TDK는 MLCC 가격을 10~20%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AI PC, AI폰 출시에 힘입어 MLCC 수요가 되살아나고, 주요 원재료인 은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서다. 무라타와 TDK는 세계 MLCC 시장을 각각 41%, 13% 점유한 1, 3위 업체다.

일본 업체의 가격 인상에 따라 삼성전기의 MLCC 평균판매단가(ASP)도 내년 10% 가까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기준 세계 MLCC 시장의 21%가량을 차지한 2위 업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AI발 수요 회복에 힘입어 이르면 올해 하반기 MLCC 가격 인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자부품 중 크기가 가장 작은 MLCC는 산업의 쌀로 불린다. 크기가 쌀알의 250분의 1 수준이다.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 등 전자부품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부터 냉장고, 텔레비전, 로봇 등 모든 전자기기에 들어간다.

○기기 탑재 MLCC 증가세

4년 만에 살아나는 '산업의 쌀' MLCC
전자제품에 필수로 들어가는 MLCC는 최신형 스마트폰 한 대 기준 최소 1000여 개다. 컴퓨터에는 1200여 개, 자동차엔 5000개 이상이 필요하다. MLCC의 개당 가격은 몇십원 수준이지만 500㏄ 맥주잔을 꽉 채우면 3억원어치를 훌쩍 넘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변신한다.

MLCC 수요는 2020년 이후 하향 곡선을 그렸다. 코로나19발 재택근무 기조로 전자제품 교체 붐이 일었던 2020년 당시 TV, 노트북 등을 바꾼 소비자들이 새 제품을 사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MLCC 평균 판매가격은 19.6% 떨어졌고, 올해 1분기에도 3.5% 하락했다.

가격 인상은 수요 회복의 신호탄으로 분석된다. AI PC, AI폰 출시로 스마트폰과 노트북 시장에 교체 수요가 발생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올해 노트북 출하량은 1억7200만 대로 지난해보다 3.6% 증가해 2021년 후 3년 만에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용 MLCC 본격 개발

AI 제품에 더 많은 MLCC가 쓰이는 점도 기회 요인이다. AI 제품은 기존 기기 대비 MLCC가 10~20% 많이 장착된다. 사용처도 확대되고 있다. 전기자동차가 대표 사례다. 전기차에는 일반 내연기관차의 열 배에 달하는 1만8000~3만 개의 MLCC가 들어간다.

MLCC 기업들은 전기차용 MLCC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 17일 전기차 배터리관리시스템(BMS)에 활용되는 2000V MLCC를 공개했다. ‘3216’(가로 3.2㎜, 세로 1.6㎜) 크기에 용량은 1㎋(나노패럿), 2.2㎋ 2종이다. 높은 전압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하도록 이들 제품의 원자재를 독자 개발하고 내부 전극 구조를 변경한 게 특징으로 꼽힌다.

보통 전기차는 400V BMS를 사용한다. 2000V BMS는 400V 대비 충전 시간이 짧고 차체 경량화, 설계 공간 확보 등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고전압 MLCC 시장은 2024년 40억달러에서 2029년 110억달러로 연평균 약 22%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