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시세 조종' 김범수 구속…카카오 최대 위기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3일 구속됐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지 1년 5개월 만이다.

23일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이날 "증거인멸과 도주의 염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 원보다 높게 설정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김 위원장은 전날 오후 1시 43분께 법원에 출석하며 'SM엔터 시세조종 혐의에 대해 인정하나', 'SM엔터 시세조종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 있나' 등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구속 심사는 시작 4시간 만인 22일 오후 6시께 끝났다. 김 위원장은 심사 이후에도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16∼17일, 27∼28일 등 총 4일에 걸쳐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함께 약 2,400억 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수사해왔다.

김범수 위원장의 구속으로 카카오는 2006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와 관련한 재판 결과에 따라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 1대 주주 지위를 내려 놓아야 할 가능성이 생겼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의 사회적 신용 요건은 대주주가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카카오의 유죄가 확정될 경우, 카카오뱅크 보유 지분 27.17% 가운데 10%만 남기고 나머지를 처분해야 한다.

올해 안에 차별화된 AI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거라는 관측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 5월 컨퍼런스콜에서 "대규모언어모델 코GPT(KoGPT) 기술 개발 역량과 카카오가 보유한 서비스 강점을 결합해 속도감 있게 AI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경영 쇄신을 직접 지휘하는 기구인 경영쇄신위원회를 CA협의체 내에 신설하고 직접 위원장을 맡으며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경영쇄신 작업 역시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다.


정재홍기자 jhjeo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