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 송도 본사 사옥
삼성바이오에피스 송도 본사 사옥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계열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세계 최대 제약시장인 미국에서 가장 많은 8종의 바이오시밀러를 허가받았다. 미국 암젠, 화이자 등을 꺾고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 바이오시밀러를 최다 보유한 바이오회사가 된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FDA로부터 초고가 희귀질환 치료제 '에피스클리(성분명 에쿨리주맙)'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고 23일 밝혔다. 에피스클리는 미국 알렉시온(현재 아스트라제네카에 인수됨)이 개발한 솔리리스의 바이오시밀러로,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의 치료제로 FDA로부터 승인받았다.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이란 체내 면역체계와 적혈구 간 연결 단백질에 문제가 생겨 서로 충돌하면서 적혈구가 파괴되는 질환이다. 적혈구가 깨지면서 혈전이 생겨 심부전 폐부전 고혈압 등 합병증을 유발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인구 100만 명당 15명꼴로 발생해 환자가 많지 않다. 환자 모집이 어렵고 개발 난도가 높아 바이오시밀러에 도전하는 회사가 많지 않았다. 삼성은 그 틈새시장을 뚫었다.

솔리리스는 환자의 치료 접근성 확대가 절실한 대표적인 초고가 희귀질환 치료제로 미국에서 환자 1인당 연평균 투약 금액이 약 60만 달러(약 7억8000만원)에 이르는 바이오의약품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번 허가로 미국 시장에서 총 8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승인받았으며, 이를 통해 미국에서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항암제, 안과질환 치료제에 이어 혈액·신장질환 치료제 분야까지 치료 영역을 확대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미국에서도 희귀질환 치료제를 승인받아 글로벌 수준의 연구개발(R&D) 역량을 인정받았다”며 “에피스클리는 바이오시밀러의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제품으로서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도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9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통해 에피스클리와 오리지널 의약품 간 비교 연구를 수행했으며, 유관 학술대회 발표를 통해 임상의학적 동등성을 입증했다. 에피스클리 임상 3상을 주도한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리한 위치에 있어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경쟁 제품과 달리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소르비톨 성분이 없는 데다 임신부 임상 데이터와 약효 속도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7월 에피스클리를 유럽에 출시해 독일, 이탈리아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시장 점유율 1위, 프랑스 최대 구매조합 네덜란드 주정부 입찰 수주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4월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직접 에피스클리를 판매하고 있으며, 기존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 대비 절반 수준으로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함으로써 초고가 바이오 의약품의 환자 접근성을 제고하고 국가 재정 경감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FDA 허가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8종의 바이오시밀러를 FDA에서 허가받게 돼 전 세계에서 미국 FDA로부터 가장 많은 품목을 허가받은 바이오시밀러회사로 등극했다. FDA 품목 허가 바이오시밀러를 두번째로 많이 갖고 있는 곳은 미국 암젠으로 7종을 보유중이다. 이어 총 5종의 바이오시밀러 품목 허가를 받은 미국 화이자와 국내 셀트리온이 공동 3위다. 스위스 노바티스 자회사 산도즈는 4종을 보유해 뒤를 이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4월 유럽에서 8개 품목의 항체의약품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받아 산도스, 미국 화이자, 암젠 등을 제치고 자체 개발해 가장 많은 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 회사 지위를 굳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20년 이후 유럽 항체의약품 바이오시밀러 허가 기록 1위를 지키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