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도 막지 못한 파리지앵의 책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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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최윤경의 탐나는 책
<유럽 책방 문화 탐구> 한미화 지음, 혜화1117, 2024
센강 따라 늘어선 책 노점상 '부키니스트'
올림픽 기간 센강 퇴거 명령에 파리 시민들 반대해...
유럽 책과 서점 문화를 보며
우리나라 동네 책방 처지를 돌아본다
<유럽 책방 문화 탐구> 한미화 지음, 혜화1117, 2024
센강 따라 늘어선 책 노점상 '부키니스트'
올림픽 기간 센강 퇴거 명령에 파리 시민들 반대해...
유럽 책과 서점 문화를 보며
우리나라 동네 책방 처지를 돌아본다
1년 전인 2023년 여름, 파리 출판계에는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파리의 부키니스트들에게 2024년 파리 올림픽 기간 중 ‘센강을 떠나라’는 퇴거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부키니스트란 센강 기슭을 따라 늘어선 책 노점상을 일컫는다. 16세기부터 센강을 따라 하나둘 들어선 보부상과 노점상이 점차 자리를 잡으며 파리의 대표 명물이 되었고,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기도 한 유서 깊은 상점이다. 철거 명령이 떨어지자 파리 시민들의 반대 여론은 물론이고 지식인들 역시 파리시의 처사를 비판하는 기고문을 프랑스 대표 일간지 <르 몽드>에 싣는 등 행동에 나섰다. 결국 철거는 없던 일이 되었다. 유럽, 특히 영국과 프랑스의 문화 자긍심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 자신감의 바탕에는 책과 서점 문화가 있다. 출판평론가 한미화는 <유럽 책방 문화 탐구>에서 유럽의 책방들을 둘러싼 오래되고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 나서며 유럽의 출판과 서점 문화를 탐사한다.
▶(관련 서평) 英·佛 동네 책방들은 어떻게 살아남아 가는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방’으로 손꼽히는 영국 돈트북스의 흥미로운 큐레이션과 사람에 투자하는 운영 원칙, 채링크로스 84번지로 유명세를 떨친 런던의 책방 거리, 서점스코틀랜드의 위그타운과 웨일스의 헤이온와이로 대표되는 책마을의 풍경 등 디지털 시대에 유럽의 책방들이 어떻게 살아남고 있는지 살펴본다. 책 곳곳에서 저자가 30여년간 몸소 겪은 한국 출판의 역사와 서점 문화를 언급한 덕분에 더욱 풍성한 읽을거리가 만들어졌다.
유럽의 서점들이 귀한 대접을 받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수많은 문화유산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파리의 유명 서점 셰익스피어앤드컴퍼니는 헤밍웨이나 스콧 피츠제럴드 등 유명 작가들의 사랑방이었고, 1970년대에는 급진적 사회주의자들을 머물게 하며 숙박비 대신 글을 쓰게 했다.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출간된 최고의 어린이책에 수여하는 ‘뉴베리상’은 영국의 서적상 존 뉴베리를 기념하는 상이다. 존 뉴베리는 책방을 열고 어린이들이 즐길 만한 혁신적인 그림책과 이야기책을 펴낸 인물이다. 전 세계가 디지털 콘텐츠에 눈과 귀를 빼앗긴 결과, 유럽의 책방들도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유럽의 책방들이 살아남아 전 세계 독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파리의 서점 ‘지베르 죈’의 사례를 보면 그 해답이 조금은 보일 테다. 135년 역사를 지닌 지베르 죈이 높은 임대료 등의 문제로 문을 닫게 되자, <르 몽드>는 파리 시청이 건물을 매입해 책방을 유지하고 서점원들의 생계유지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글을 실었다. 놀랍게도 파리 시청은 이를 실행해 폐점했던 서점이 다시 문을 열 수 있게 했다.
먼 나라의 책방 이야기는 끊임없이 우리의 현실을 소환한다. 우리의 동네 책방들은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가. 런던의 책방 ‘해처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필립 공 등 ‘로열패밀리’가 주요 고객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대통령실 납품 인증서가 걸린 책방, 유력 정치인이 단골로 드나드는 책방은 우리에게는 꿈 같은 일일까. 저자의 단호한 한마디가 깊이 울린다. “한 나라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을 때 그 사회가 작은 책방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살핀다. 동네의 작은 책방이 살아 있다면 다른 것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 최윤경 어크로스 편집장
부키니스트란 센강 기슭을 따라 늘어선 책 노점상을 일컫는다. 16세기부터 센강을 따라 하나둘 들어선 보부상과 노점상이 점차 자리를 잡으며 파리의 대표 명물이 되었고,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기도 한 유서 깊은 상점이다. 철거 명령이 떨어지자 파리 시민들의 반대 여론은 물론이고 지식인들 역시 파리시의 처사를 비판하는 기고문을 프랑스 대표 일간지 <르 몽드>에 싣는 등 행동에 나섰다. 결국 철거는 없던 일이 되었다. 유럽, 특히 영국과 프랑스의 문화 자긍심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 자신감의 바탕에는 책과 서점 문화가 있다. 출판평론가 한미화는 <유럽 책방 문화 탐구>에서 유럽의 책방들을 둘러싼 오래되고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 나서며 유럽의 출판과 서점 문화를 탐사한다.
▶(관련 서평) 英·佛 동네 책방들은 어떻게 살아남아 가는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방’으로 손꼽히는 영국 돈트북스의 흥미로운 큐레이션과 사람에 투자하는 운영 원칙, 채링크로스 84번지로 유명세를 떨친 런던의 책방 거리, 서점스코틀랜드의 위그타운과 웨일스의 헤이온와이로 대표되는 책마을의 풍경 등 디지털 시대에 유럽의 책방들이 어떻게 살아남고 있는지 살펴본다. 책 곳곳에서 저자가 30여년간 몸소 겪은 한국 출판의 역사와 서점 문화를 언급한 덕분에 더욱 풍성한 읽을거리가 만들어졌다.
유럽의 서점들이 귀한 대접을 받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수많은 문화유산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파리의 유명 서점 셰익스피어앤드컴퍼니는 헤밍웨이나 스콧 피츠제럴드 등 유명 작가들의 사랑방이었고, 1970년대에는 급진적 사회주의자들을 머물게 하며 숙박비 대신 글을 쓰게 했다.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출간된 최고의 어린이책에 수여하는 ‘뉴베리상’은 영국의 서적상 존 뉴베리를 기념하는 상이다. 존 뉴베리는 책방을 열고 어린이들이 즐길 만한 혁신적인 그림책과 이야기책을 펴낸 인물이다. 전 세계가 디지털 콘텐츠에 눈과 귀를 빼앗긴 결과, 유럽의 책방들도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유럽의 책방들이 살아남아 전 세계 독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파리의 서점 ‘지베르 죈’의 사례를 보면 그 해답이 조금은 보일 테다. 135년 역사를 지닌 지베르 죈이 높은 임대료 등의 문제로 문을 닫게 되자, <르 몽드>는 파리 시청이 건물을 매입해 책방을 유지하고 서점원들의 생계유지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글을 실었다. 놀랍게도 파리 시청은 이를 실행해 폐점했던 서점이 다시 문을 열 수 있게 했다.
먼 나라의 책방 이야기는 끊임없이 우리의 현실을 소환한다. 우리의 동네 책방들은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가. 런던의 책방 ‘해처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필립 공 등 ‘로열패밀리’가 주요 고객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대통령실 납품 인증서가 걸린 책방, 유력 정치인이 단골로 드나드는 책방은 우리에게는 꿈 같은 일일까. 저자의 단호한 한마디가 깊이 울린다. “한 나라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을 때 그 사회가 작은 책방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살핀다. 동네의 작은 책방이 살아 있다면 다른 것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 최윤경 어크로스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