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전문가들이 예측한 출판의 미래
책의 황금기는 끝났을까…신간 '옥스퍼드 출판의 미래'
출판은 오랫동안 사회 변화를 이끄는 동인이었다.

출판업에 빚지지 않은 혁명은 없었다.

명예혁명도, 프랑스혁명도, 미국의 혁명도, 출판계가 뿌려댄 사상에 기대어 일어났다.

가령 프랑스혁명 당시 떠돌았던 팸플릿은 출판계가 유통한 계몽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출판 위기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신문 때문에 출판의 위기가 논해졌고, 나중에는 영화 등 대중문화의 발전 탓에, 그보다 뒤에는 인터넷, 스마트폰 등 테크놀로지의 변화 때문에 위기론이 대두했다.

출판 업황은 정말 암울해졌을까.

책의 황금기는 끝났을까…신간 '옥스퍼드 출판의 미래'
최근 출간된 '옥스퍼드 출판의 미래'(The Oxford Handbook of Publishing)는 기술변화에 따른 출판의 변화를 상상하는 책이다.

옥스퍼드 국제출판센터 소장인 앵거스 필립스, 애든버러네이피어대 교수인 엘리스터 매클리어리 등 세계적인 출판계 전문가 24명이 참여해 출판의 여러 갈래와 미래에 대해 논한 내용을 담았다.

이들은 다양한 연계 사업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출판에서 비롯된 갈래들을 이야기한다.

출판의 역사, 저작권, 출판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시장 세계화, 디지털혁명 같은 주제들을 다루며 출판의 미래를 점쳐본다.

책의 황금기는 끝났을까…신간 '옥스퍼드 출판의 미래'
책에 따르면 저자들에 따라 이견은 있지만 대체로 책의 황금기는 지난 듯 보인다.

학계에서 책은 학술논문에 대체된 지 오래됐다.

학술 책은 "종신 재직권을 가진 나이 지긋한 스타 교수들이 은퇴를 앞두고 그동안 발표했던 연구 결과를 요약해서 보여주는 일종의 우승 세리머니 같은 것"이 되었다.

책이 세간의 화제가 되는 일도 드물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같은 책이 사람들의 입길에 잠깐 오르곤 했지만, 넷플릭스 드라마나 영화 화제작에 견줘 책의 화제성은 현격히 떨어진다.

소설의 시대도 끝난 듯 보인다.

영국 성인의 3분의 2가 취미로 독서하지만 지난 1년간 소설책을 구매한 사람은 46.8%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영국 성인들은 하루 8시간 41분 동안 미디어 기계를 다루는 데, 이는 일일 수면시간보다 더 길다.

여기에 일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하루 중 책 읽을 시간은 거의 없는 셈이다.

책의 황금기는 끝났을까…신간 '옥스퍼드 출판의 미래'
이런 데이터를 토대로 여러 출판 전문가가 책의 종말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전문가들 예측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는 빈번하다.

예컨대 2017년 무렵이면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하리라는 시장 분석이 있었으나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아동 독서량이 지속해 감소하고 있지만 지난 7년간 아동 도서는 출판계에서 호황을 누리며 해마다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이처럼 암울한 전망 속에도 책은 꾸준히 성과를 내왔다.

책의 미래가 밝은 건 아니지만, 당장 망할 것이라고 저자들은 예단하지 않는다.

특히 책은 여전히 새로운 이야기의 근원이라는 점에서 영화, 텔레비전, 게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저자 중 한명인 닐스 페터 토마스는 "예측 가능한 미래에 도서 시장이 사라질 것이라는 신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의 상품으로서의 책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더불어 책 판매 방식도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말한다.

교유서가.

정지현 옮김. 72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