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밀경호국장 "트럼프 피격, 수십년래 가장 중대한 실패"
미국 전·현직 대통령의 경호를 책임지는 비밀경호국(SS) 수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 미국 여야 의원은 킴벌리 치틀 비밀경호국장에게 사임을 요구했지만 치틀 국장은 자진 사퇴를 거부했다.

비밀경호국을 이끄는 치틀 국장은 22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현장에서 암살 시도로 부상당한 사건에 대해 "수십 년 만에 벌어진 가장 중대한 작전적 실패"라고 말했다. 치틀 국장은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책임자를 규명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치틀 국장은 자신이 "현시점에서 비밀 경호국을 이끌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며 사임 요청을 거부했다.

이날 4시간 넘게 진행된 청문회에서 치틀 국장은 해당 사건 전에 의심스러운 인물에 대한 정보를 "2~5회가량 보고받았다"고 인정했다. 총격범인 토머스 매슈 크룩스가 트럼프를 향해 총을 겨눴던 유세장 인근의 공장 지붕도 집회 이전에 비밀경호국이 잠재적인 취약 지점으로 확인한 곳이었다고도 설명했다. 다만 "어떻게 지붕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크룩스가 지붕으로 올라가기 몇 분 전에 '의심스러운 사람'으로 분류됐고, 소총 거리 측정기를 휴대하고 있었음에도 금지된 품목으로 간주하지 않아 별다른 제재를 취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날 양당 의원들은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의원은 비밀경호국이 사건 관련 예비보고서를 작업하는 데 60일이나 걸린다는 점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치틀 국장이 피격 사건 당시 몇 명의 보안요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배정됐는지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을 피하자 짐 고던 공화당 의원은 "(치틀 국장이) 기본적인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라고도 비판했다.

청문회가 끝난 직후 하원 감독위 위원장인 제임스 코머 공화당 의원과 감독위 민주당 간사를 맡은 제이미 라스킨 의원은 치틀의 사임을 요구하는 공동 서한을 냈다. 영국 BBC는 이번 하원 감독위를 "점점 더 양극화되는 국회에서 양당의 협력이 돋보이는 보기 드문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