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자율경쟁 구조 아니었다"…1심 벌금형 뒤집혀
'백신입찰 담합' 기소된 제약·유통사, 2심서 전원 무죄
국가예방접종사업(NIP) 입찰 과정에서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제약·유통업체와 임직원들이 2심에서 모두 무죄로 뒤집혔다.

서울고법 형사3부(이창형 남기정 유제민 부장판사)는 23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등으로 기소된 녹십자 등 6개 업체와 각사 임원 총 7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전원에 벌금형을 선고한 1심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애초에 NIP 입찰에서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가격 형성이 전제됐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들에게 경쟁을 제한하거나 낙찰가에 영향을 미쳐 공정성을 해칠 고의가 있었음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입찰은 백신 제조사나 수입사로부터 공급확약서를 발급받은 업체만 낙찰받을 수 있는 구조였는데, 공동 판매사인 피고인들이 아닌 제3의 업체가 확약서를 발급받을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입찰이 당초 자율경쟁 구조가 아니었던 만큼 녹십자 등이 '들러리 업체'를 세운 행위에도 경쟁을 제한할 의도가 있진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질병관리본부 담당자들도 촉박한 NIP 사업 일정을 맞추기 위해 공동 판매사 측에 빠른 낙찰을 압박했고, 들러리 업체를 세워서라도 입찰을 마무리하라는 의사를 가감 없이 표시했다"며 "공동 판매사들은 이런 배경에서 빠른 낙찰을 통한 NIP 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이 사건 공동행위에 이르렀다"고 짚었다.

녹십자 등은 정부가 발주한 자궁경부암 백신 등의 입찰에 참여하면서 들러리 업체를 세우는 수법으로 짬짜미해 폭리를 취한 혐의로 2020년 기소됐다.

1심은 "피고인들의 행위로 입찰 참가자 간 경쟁을 통해 낮은 가격이 형성될 가능성이 차단됐고 새 경쟁업체가 출현할 기회도 없어졌다"며 "입찰방해 행위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