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부산시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양자기술포럼을 열고 디웨이브 등 현지 기업과 양자컴퓨터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부산시 제공
지난 6월 부산시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양자기술포럼을 열고 디웨이브 등 현지 기업과 양자컴퓨터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부산시 제공
부산시가 연구자 간 자유로운 협업이 이뤄지는 양자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거점을 조성하기로 했다. 정부 지원 없이 양자컴퓨터 기술 상용화에 맞춰 부산만의 산업 특성을 극대화한 생태계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부산시 자체 ‘양자컴’ 연구 본격화

23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올해 예산 4억원을 투입해 오는 11월 양자과학기술센터(양자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양자 산업 육성 정책과 양자컴퓨터·통신·센서·소재·부품·장비 등 연구과제 수행 등 연구 네트워크를 이끄는 곳이다. 2026년까지 총 24억원을 투입해 ‘개방형 연구체계’의 거점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국책 연구기관의 분원을 지역에 유치하는 대신 자체적으로 연구 인프라를 갖추는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시는 오는 11월 시행될 예정인 ‘양자 과학기술 및 양자 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양자법)에 맞춰 부산의 산업적 특성을 반영하는 양자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정나영 부산시 인공지능소프트웨어과장은 “양자 관련 분야는 현재로선 산업적으로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지역 대학과 국내외 대학을 아우르는 연구자 네트워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며 “양자센터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가 조성되면 추후 양자법에 따라 해운대구 센텀 일대를 양자 클러스터로 지정하고 정부 재원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대·부경대 양자물리학 중심으로

부산시는 부산대와 부경대를 양자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의 중심으로 만든다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부산시에 있는 두 대학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양자이득 도전 과제에 선정돼 국비 144억원을 확보하는 등 양자컴퓨팅 관련 연구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우상욱 부경대 물리학과 교수는 인공지능 기반의 신약 개발 기업 팜캐드를 설립하고 지난해 과기정통부로부터 항암제 개발을 위한 단백질 구조 예측 과제를 따냈다. 정윤철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는 절대온도(영하 273도)에서 구현되는 초전도체 혹은 반도체 기반의 양자 프로세서 작동을 위한 극저온 냉동기 개발에 들어갔다.

황원주 부산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변수가 많아 연산에 수일이 소요되는 항만 컨테이너 물류 시스템의 최적화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모두 부산시와 공동으로 기획한 과제물이다. 시는 내년 금융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양자 물리학 연구에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이 밖에 문한섭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는 양자 소자 기술을 양자 전문기업인 SDT에 이전해 기술 상용화를 돕고 있다. 부경대는 올해 하반기 양자 대학원을 개설해 인재 육성에 앞장선다.

부산시는 양자컴퓨터 관련 해외 네트워크도 강화하고 있다. 실제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IBM의 ‘1000큐비트급’ 양자컴퓨터도 2028년께 부산에 도입될 전망이다. 최근 캐나다 양자컴퓨터 기업인 자나두와 디웨이브 등을 방문해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