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올림픽 끝날 때까지 현정부 유지…좌파, 의회 다수 아냐"
좌파 연합 "사임하라"·"최악의 정치" 일제히 비판
총리 임명 미룬 마크롱…좌파 "민주주의 부정" 총공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24 파리 올림픽이 끝나기 전까지는 새 총리를 임명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좌파 진영이 일제히 비판 공세에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저녁 프랑스2 방송 인터뷰에서 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새 정부를 구성할 경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는 현 정부가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을 두고는 "그들이 이번 의회에서 어떤 형태로든 다수를 차지했다고 말하는 건 잘못"이라며 어느 정당도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이날 NFP가 총리 후보로 내세운 루시 카스테트 파리시 재무국장을 두고는 "중요한 건 정치 진영이 제시한 이름이 아니다"라며 안정적인 정부 운영을 위해 의회 내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총리 후보에 합의한 좌파 연합은 마크롱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있다며 총공세에 나섰다.

NFP 내 최대 진영인 극좌 성향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공화 전선을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다"며 "이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마누엘 봉파르 의원도 엑스에서 "이건 민주주의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부정"이라고 비판했고, 역시 LFI의 클레망스 게테 의원도 "마크롱은 오늘 밤 그의 권위주의적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며 총선 결과에 "승복하거나 아니면 사임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사회당의 올리비에 포르 대표도 마크롱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존중하지 않고 최악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녹색당의 마린 통들리에 대표는 "우리는 이겼고, 공약이 있고, 총리가 있다"며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방해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현실 부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총리 임명 미룬 마크롱…좌파 "민주주의 부정" 총공세
좌파 연합은 앞서도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 국민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공화 전선' 구축을 촉구하고 나서자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좌파 진영에 정부 구성을 맡기지 않고 범여권 인사를 다시 총리에 임명하기 위해 각종 명분을 들이대고 있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다만 총선에서 패배한 마크롱 대통령으로서는 남은 임기 3년의 국정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시각도 있다.

NFP는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한 연금 개혁 폐지를 비롯해 현 정부의 국정 운영과는 상당히 결이 다른 공약을 총선 과정에서 제시했다.

NFP는 당장 이날 하원에 연금 개혁을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임기 내내 친기업적 정책을 펴오며 외국 투자 등을 끌어낸 마크롱 정부의 경제 정책도 좌파가 총리직에 앉을 경우 대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런 정책 변화 가능성을 분명히 우려하고 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부를 창출해야 하며, 계속해서 재산업화하고 경쟁력을 갖추고 유럽에서 가장 매력적인 국가가 돼야 한다"며 "시계를 되돌리지 않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