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기 부양책에도 구리·철광석 하락…WTI 6주 만에 최저치 [오늘의 유가]
브렌트유 화물, 현물보다 배럴 당 4$ 싸게 거래
中 기준금리 내렸지만 철광석·구리 수요 부진
"中 수단 총동원 안해
부동산 회복 확신 못줘"
캐나다 산불·중동 확전 등 공급 리스크도 줄어


중국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가 23일(현지시간) 6주 만에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 선물 가격은 전거래일보다 1.19% 내린 배럴 당 76.9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6월10일(77.24달러)이후 약 6주 만의 최저치다. 9월 인도 북해산 브렌트유는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1.02% 하락한 81.56달러에 거래됐다.
中 경기 부양책에도 구리·철광석 하락…WTI 6주 만에 최저치 [오늘의 유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슈퍼탱커(2만4000~4만5000t급 유조선) 규모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현물 가격보다 배럴 당 3~4달러 낮은 가격에 GS칼텍스에 팔렸다. 일반적으로 원유 화물은 선적 몇주 전에 판매되지만, 이번 거래는 선적 직전에 이뤄졌다. 그만큼 브렌트유 판매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브렌트유 약세의 원인에는 WTI와 중동산 원유 등에 비해 비싼 가격도 있지만 국제 원유 수요 자체가 감소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유럽 정유 공장이 단기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충분한 원료를 보유하고 있어 구매가 감소했다"고 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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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은행의 대출우대금리(LPR) 인하도 부진한 원자재 수요를 끌어 올리는 데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23일 중국 다롄상품거래소에서 철광석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0.3% 떨어진 t(톤)당 798.5위안(약 151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하이거래소 구리 선물은 0.86% 하락한 7만6220위안으로 지난 4월 이후 가장 낮은 종가를 기록했다. 철광석·선물 가격은 제조·건설 경기의 지표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금리 인하에 대한 반응이 부진한 것은 중국 당국자들이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 있다는 일반적인 인식 때문"이라며 "지난주 삼중전회는 중국이 주거용 부동산 부문의 회복을 촉발해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잠재적인 국제 원유 공급 감소 요인으로 거론된 '캐나다 알버타주 산불'은 현재로서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캐나다 산불 확산에 대한 우려가 아직 심각한 생산 차질로 구체화하지는 않았으며 캐나다 생산량은 예상에 따라 이달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산불로 인해 캐나다 오일샌드 생산량이 하루 40만배럴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유 시장은 중동 확전보다 휴전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골드만삭스는 "이스라엘과 예멘 간의 긴장 고조로 인한 위험 프리미엄은 거의 제로(0)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휴전 협상을 위해 지난 22일부터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미국계 이스라엘인 인질 가족들과 만나 "협상 조건과 관련해 의심의 여지 없이 조건이 무르익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다음날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난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