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경기 양주의 한 축산농가 모습. /사진=최혁 기자
지난 8일 경기 양주의 한 축산농가 모습. /사진=최혁 기자
정부가 지난 21대 국회서 폐기됐던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한우법)’ 취지를 반영해 축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우법 제정을 촉구하는 한우농가에 대해 “특정 축종만을 대상으로 한 지원법안을 마련할 수는 없다”며 난색을 보인 정부가 내놓은 대안이다. 그러나 당초 한우법에 담겼던 재정지원 규정은 빠져 한우농가의 반발이 예상된다.

24일 관계 부처와 정치권에 따르면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8일 축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부처와 의원실이 협의를 거쳐 마련한 법안”이라고 밝혔다. 그간 정부는 “한우법 제정 취지를 반영해 축산법 개정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개정안을 의원입법 형태로 제출했다는 설명이다.

개정안엔 농식품부 장관이 5년 단위로 ‘축산업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해 한우와 돼지 등의 수급을 조절하고 축산 농가의 경영안정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당초 한우법에서 ‘한우’만을 대상으로 다뤄졌던 대책이 전 축종을 대상으로 확대됐다는 평가다.

문제는 당초 한우법에서 명시했던 ‘금전적 지원’에 관한 규정이 개정안에선 빠졌다는 점이다. 지난 21대 국회서 논의됐던 한우법엔 축산물가격 급락 등으로 위기에 처한 한우 농가에 ‘경영개선자금’을 지급하고, 한우농가가 수급 조절을 위해 한우를 도축·출하할 경우 '장려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조 의원을 통해 발의한 축산법 개정안엔 이 같은 내용이 제외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식품부 장관이 수립하는 기본계획에 축산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한 조치가 담길 것”이라며 “명시적인 규정만 없을 뿐 포괄적으로 관련 취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 논의과정을 거치면서 법안 내용이 수정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신 개정안은 농식품부 장관이 축산발전기금으로 축산물 비축에 필요한 자금을 미리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자금을 지원받은 유통업자는 보관 중인 축산물을 방출하지 않을 경우 지원금이 회수될 수 있다.

축산 단체는 한우법에 담겼던 자금 지원 규정이 개정안에선 빠진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김영원 전국한우협회 전무는 “관련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상 지원을 안 할 수도 있다는 얘기”라며 “한우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여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손세희 축산 관련 단체협의회 위원장은 “법안의 세부적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축산물 최저가격제’ 등 생산자의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우농가에 대한 지원 근거를 담은 한우법은 지난 21대 국회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주도로 통과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지난 5월 폐기됐다. 한우농가는 “소값이 폭락하면서 소 한 마리를 키울 때마다 200만원이 넘는 손해를 보고 있다”며 한우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지난 3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앞에서 12년 만에 ‘한우 반납 집회’를 열기도 했다.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는 “한우만을 위한 지원법을 만드는 것은 축종 간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입법 체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대신 한우법의 취지를 반영해 전 축종을 대상으로 하는 축산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