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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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은 국제암예방협회에서 제정한 세계 두경부암의 날이다. 두경부암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조기 예방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두경부는 쇄골 위의 목 부분부터 머리의 가장 높은 부분까지를 지칭하는 말이다. 가슴과 폐, 눈, 뇌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말한다.

남인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24일 "인간 생존에 꼭 필요한 먹고 말하고 숨 쉬는데 필요한 입, 코, 목, 혀 등이 모두 두경부에 속한다"며 "두경부암은 코, 부비동, 구강, 안면, 후두, 인두, 침샘, 갑상선 등에 발생한다"고 했다.

두경부암은 암이 생기는 위치에 따라 인두암, 구강암, 후두암, 침샘암 등으로 나뉜다. 갑상선암도 포괄적 의미에서 두경부암에 속한다. 두경부암의 5년 생존률은 평균 60%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고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받은 환자가 많다.

암이 진행되면 혀를 포함한 구강 일부나 숨을 쉬고 목소리를 내는 후두, 음식이 지나는 통로인 인두 등을 절제해야 할 수 있다. 삶에 꼭 필요한 기관이 밀집해 두경부암은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친다.

남 교수는 "두경부암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율이 높은 것은 물론 두경부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치료가 가능하다"며 "두경부암이 주로 발견되는 3~4기에 치료를 받게 되면 주변 기관까지 많이 도려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치료 후 먹지 못하거나 말하지 못하는 등 큰 장애를 남길 수도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후두암과 구강암이 가장 많이 발병한다. 후두암은 목의 가운데 위치해 호흡과 발성을 하는 기관에 생기는 암이다. 구강암은 혀와 잇몸, 볼과 입천장, 혀 밑바닥 등 입안에 생기는 암이다.

두경부암의 대표 위험인자는 흡연, 음주,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 등이다.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흡연은 두경부암 발생 위험을 15배 정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주는 하인두나 후두부에 발생하는 암에 주로 관여한다. HPV는 구인두암 발생과 관련이 깊다. 구인두 편평상피세포암의 15~50%에서 HPV가 발견된다. 위식도 역류, 식도 질환, 두경부의 물리적 자극 등도 위험인자로 꼽힌다.

증상은 발생 부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별다른 외부 자극 없이 갑자기 목소리가 쉰 뒤 여러 주가 지나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후두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목구멍에 이물감이 들거나 음식을 삼키기 불편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도 있다.

구강암은 구강 내 한 곳에서 통증과 혹이 악화하는 특징을 보인다. 하인두암은 음식 등을 삼킬 때 어려움을 겪는 환자가 많다. 비인두암 환자는 목에 혹이 생기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일이 많다. 침샘암은 귀 주위나 턱 아래에 혹이 만져지거나 안면마비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다. 비강암은 코피나 코막힘 증상이 흔하다.

이혜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구강암은 3주 이상 호전되지 않는 구내염, 백색 또는 붉은색 모양의 불규칙한 병변을 증상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구강암은 증상이 빨리 나타나고 눈으로 확인이 용이한 암종인 만큼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들 질환은 내시경을 활용한 검사와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확인한다. 최근엔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CT)으로 두경부암 범위와 원격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암 진단을 받으면 상태에 따라 다양한 치료를 활용한다. 수술을 하기도 하고 방사선, 항암 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에 집중하기도 한다.

초기에 발견되면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등 단독 치료로 완치되지만 암이 진행되면 한 가지만으론 치료가 어렵다. 말하거나 삼키는 기능을 보존하기 위해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함께 시행하는 일도 많다.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를 적절히 병합하는 게 중요하다.

남 교수는 "두경부암은 암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과 함께 먹고 말하고 숨 쉬는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발생 위치나 원인, 환자의 나이나 직업 등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 치료가 주로 진행된다"고 했다.

두경부암 예방을 위해 금연과 금주는 필수다. 흡연 기간과 양이 많아질수록 암 발병률은 증가한다. HPV의 감염을 막기 위해 건전한 성생활도 필요하다. HPV 백신을 맞으면 두경부암 예방에 도움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