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선균이 택한 마지막 작품, '노웨이아웃' 베일 벗었다 [종합]
"다른 작품들과 같았다고 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큰 슬픔이 있었습니다."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진행된 디즈니플러스·유플러스모바일tv 오리지널 '노웨이아웃:더 룰렛' 제작발표회에 배우 조진웅, 유재명, 김무열, 염정아, 성유빈, 이광수, 김성철이 참석해 작품에 대해 직접 소개했다.

특히 조진웅은 이 작품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노웨이아웃'은 희대의 흉악범 김국호의 목숨에 200억 원의 공개살인청부가 벌어지면서, 이를 둘러싼 출구 없는 인간들의 치열한 싸움을 그린 드라마다. 전국민의 분노를 일으키는 범죄자 김국호 역에는 유재명, 흉악범을 보호해야 하는 경찰의 임무와 분노 사이 딜레마 상황에 놓인 백중식 역엔 조진웅이 발탁돼 감정선을 폭넓게 표현하며 작품의 중심을 끌고 간다. 여기에 김무열, 염정아, 성유빈, 허광한, 이광수, 김성철은 강렬한 개성을 지닌 여덟 캐릭터를 그려낸다.

조진웅은 "그 형사가 그 형사, 또 경찰인데 사람 냄새 나는 경찰"이라며 "제가 서대문에서 한 달 정도 합숙했는데 그때 제 사수가 '내가 강력반 형사인데 우리 집에 도둑이 들었다. 방범창을 비싼걸 할까' 고민하시더라. 그런 모습이 나올 거 같다"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법으로만 해소가 안 되는 지점이 있지 않나"라며 "그 부분에 대해 냉정하고 날카롭게, 그래서 회자되고 논의될 거리가 있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故 이선균이 택한 마지막 작품, '노웨이아웃' 베일 벗었다 [종합]
유재명은 "김국호는 출소하자마자 살인 청부에 휘말리고 살아남기 위해 고뇌하는 처절한 인간"이라며 "한 개인의 마지막 에너지는 살고자 하는 욕망 아닌가. 그런 모습과 함께 세상에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 아닌가 싶다"고 본인이 해석한 김국호를 전했다.

이어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많은 뉴스, 영상물을 보면서 많은 사건을 접한다"며 "각자가 그런 상황에서 사투를 벌이는데, 모두가 출구를 찾지만 그게 보이지 않아 막막하지 않나. '노웨이아웃'도 출구가 없다는 뜻인데 그런 의미를 담은 거 같다"고 말했다.

대국민 살인 청부라는 커다란 소용돌이는 출구 없는 인간들을 서로 얽히고설키게 하며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흉악범 김국호를 보호해야 하는 임무를 맡은 경찰 백중식부터 더러운 세상에서 성공을 위해 김국호의 법적 대리인을 자처하는 변호사 이상봉(김무열 분), 정치생명이 끝날 위기에서 실낱같은 희망인 김국호를 이용하려는 시장 안명자(염정아 분), 흉악범의 아들이라는 낙인에 짓눌려 사는 김국호의 아들 서동하(성유빈 분), 김국호를 죽이기 위해 한국으로 오게 된 킬러 미스터 스마일(허광한 분), 큰돈을 차지하기 위해 김국호를 죽이려 드는 도축업자 윤창재(이광수 분), 대형 교회의 신도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젊은 목사 성준우(김성철 분)까지 벗어날 수 없는 8인이 유기적으로 뒤섞이며 펼쳐지는 스토리는 시청자들에게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장르적 재미를 선사할 전망이다.

유재명은 김국호의 모습과 설정이 조두순과 흡사하다는 반응에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많은 분이 느낄 거 같은 모티브를 저도 느꼈다"며 "하지만 실제로 그분을 모티브로 한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유재명은 "저도 아이가 있다 보니 명단이 공개되는 사이트나 이런 것들에 관심이 간다"며 "이런 사건들은 발생하는 게 현실이고, 공존하는 세상인데 우리가 만든 제도를 보완할 부분은 무엇인지 그런 문제들을 상징하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모티브로 느낄 수 있지만 극적 상상력이 발현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김무열은 "이런 배우들과 함께하는 것이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라며 "출연한다는 배우들의 이름만 듣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했고, 기대를 품고 시작했는데 현장에서 그 기대를 항상 뛰어넘었다. 그래서 얻어가는 게 많았다"고 전했다.

이날 참석하지 못한 허광한은 영상 편지로 "현장에 만난 모든 사람과 함께 연기하는 게 영광이었다"면서 한국말로 "선배님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대만 출신인 허광한은 "저의 첫 한국 드라마"라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저도 즐기면서 연기했다. 그런 재미를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허광한과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춘 유재명은 "너무 성실하고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좋았다"며 "곁에서 챙겨주고 싶은 배우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함께 연기하는 게 뿌듯했고, 칭찬을 많이 해줬다"고 극찬했다.
故 이선균이 택한 마지막 작품, '노웨이아웃' 베일 벗었다 [종합]
'노웨이아웃'은 지난해 고인이 된 이선균이 캐스팅됐던 작품이었다. 이선균은 '노웨이아웃' 첫 촬영을 앞두고 마약 투약과 관련한 경찰의 내사 진행 사실이 알려졌고, 결국 제작진은 배우들과 스태프에게 양해를 구하고 2주간 첫 촬영을 연기했다. 이선균이 캐스팅됐던 역할에 '절친'으로 알려진 조진웅이 캐스팅됐던 것.

조진웅은 이선균과 영화 '끝까지 간다'로 호흡을 맞췄고, 이선균이 경찰 수사를 받던 중 사망하자 빈소에서 주변 사람에 부축을 받으며 영정 사진 앞에 선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12일 영화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가 공개된 것에 이어 '행복의 나라'가 오는 8월 14일 개봉을 앞뒀고, 최근 이선균이 생전에 촬영했던 작품들이 극장가에서 주목받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이선균의 마지막 작품으로 언급됐던 '노웨이아웃'에 더욱 이목이 쏠렸다.

조진웅은 "여느 작품과 같지 않나 말하고 싶지만 그러지 않았다. 큰 슬픔이 있었다"며 "그 자체로 머무르기엔 더 보템이 되고 싶었고, 잘 선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저의 소신, 의지나 이런 것들이 더 견고하고 단단해질 수 밖에 없었다"고 남다른 각오를 드러냈다.

이어 "준비 기간이 짧았다는 건 저에겐 핑계였다"며 "그래서 더 열심히 작품에 임했다"고 소개했다.

조진웅은 또 "저는 OTT 시리즈를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면서도 "우리 얘기가 인간의 보편적인 내용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 시청자들이 함께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광수와 성유빈도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선보인다는 점이 설렌다"며 "많은 분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염정아도 "저도 상당히 기대가 크다"며 "또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드리는 거라 다른 나라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저도 궁금하다"고 솔직하게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노웨이아웃'은 오는 31일 디즈니플러스, 유플러스모바일tv에서 첫공개 후 매주 수요일 2회차씩 선보여진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