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획하면 영세 어업인 생계 위협"…헌법소원 기각
대형저인망 어선 동경128도 이상 고기잡이 금지…헌재 "합헌"
대형 저인망 어선은 동해를 비롯한 동경 128도 이상 수역에서 오징어잡이를 비롯한 어업을 할 수 없도록 한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어업의 허가 및 신고 등에 관한 규칙 13조 1호 가목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지난 18일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기각했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인들은 자체 가공·처리 시설을 갖춘 대형트롤선을 통해 저인망으로 고기를 잡는 어업인들로, 대형트롤선의 어업을 금지하는 해당 조항이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2021년 5월 헌법소원을 냈다.

이 같은 규제는 1976년 남획을 막아 수산 자원을 보호하고 다른 어업과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대형트롤어업의 채산성이 감소하면서 생계가 어려워지자 해당 규정을 폐지해달라는 요구가 제기됐다.

다수 재판관은 우선 "어족자원 보호와 어민들의 생존권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가장 실효성 있는 조업 구역, 어획 강도 및 조업방식 등에 관한 방안을 선택하는 문제는 고도의 정책적인 영역"이라며 "행정청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은 한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대형트롤어업이 수산자원 감소 원인에서 차지하는 구체적인 비중을 명확히 산정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대형트롤어업의 동경 128도 이동 수역에서의 조업을 금지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대형트롤어업이 과도하게 어획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영세한 동해안 어업인들의 생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수 재판관은 "동해안 어업인 등은 자원 보호, 어업조정 등을 이유로 대형트롤어업의 동경 128도 이동 수역 조업 허가를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다른 어업과의 상생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심판 대상 조항을 유지하기로 하는 행정청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이은애 재판관은 대형트롤어업의 채산성이 지속 하락해 2022년 기준으로 다른 형태의 어업보다 적거나 비슷한 점을 근거로, 불필요한 규제이며 어업인들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대 의견을 남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