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판매 둔화)에도 올 하반기 내놓을 예정인 소형 전기차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상반기 나온 중형 전기차 판매 가격을 모두 동결한 것과 반대 행보다. 소형 전기차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니로·레이 전기차 가격 인상 추진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오는 8월 니로EV를 시작으로 10월 레이EV 등 전기차의 2025년형 모델을 잇달아 출시할 예정이다. 이미 출시된 차량의 상품성을 개선한 연식 변경 모델이다. 기아는 두 차종의 일부 선호 사양을 기본 옵션에 넣는 동시에 가격을 수십만원가량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하반기 본격 판매하는 신차 캐스퍼 일렉트릭을 제외하곤 다른 전기차의 연식 변경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상반기와 다른 행보다. 현대차·기아는 상반기 출시한 중형 전기차인 아이오닉 5와 EV6의 부분변경 모델 가격을 동결했다. 지난 3월 나온 신형 아이오닉 5는 주행거리가 458㎞에서 485㎞로 더 늘어나는 등 상품성을 강화했음에도 전 트림의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 이어 5월 EV6 역시 상품성 개선 모델 가격을 동결했다.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개발한 전기차 아이오닉 5와 EV6 가격을 유지하면서 소형 전기차 차종 가격을 올리는 ‘투트랙’ 전략을 쓰는 것으로 분석된다. 레이EV와 니로EV 등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없을 때 나온 소형 모델이다. 아이오닉 5와 EV6 가격은 5000만원 전후지만 레이EV와 니로EV 가격은 각각 2000만원, 4000만원대로 전기차 캐즘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전기차 수익성을 지키기 위한 목적도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 ‘쌍두마차’인 캐스퍼 일렉트릭과 EV3가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판매되는 만큼 이들 차종과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동시에 판매가 부진한 전기차를 단종하는 작업도 시작했다. 현대차는 주행거리가 짧은 아이오닉 5 스탠더드 모델을 단종했다. 기아는 니로EV의 택시 및 업무용 차량인 니로 플러스 생산을 올해 4분기부터 중단할 계획이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