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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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조기 총선에서 1당을 차지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PF)이 진통 끝에 총리 후보자를 결정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24 파리올림픽이 끝나기 전까지는 새 총리를 임명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프랑스 의회의 교착상태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NPF는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경제학자이자 파리시 재무국장인 루시 카스테트를 총리 후보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NPF는 카스테트가 "세금 회피와 금융 범죄와의 싸움에 경험이 있다"며 "공공정책에도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카스테트는 프랑스 대표 엘리트 양성기관으로 알려진 국립행정학교(ENA)를 2013년에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카스테트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NPF가 총리로 임명할 수 있다고 거론했던 인물인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대표나 위게트 벨로 프랑스령 레위니옹 지역 의회 의장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는 설명이다.

올해 37세인 카스테트는 AFP통신에 자신을 "진지하고 신뢰할 수 있는 후보"라고 소개하며 "엄청난 겸손함과 강한 신념으로 지명을 수락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카스테트는 총리로서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을 폐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사람이 공정한 몫을 내도록 하는 대대적인 세금 개혁"도 주요 과제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NFP는 이날 하원에 마크롱 대통령의 정년 연장을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2 방송 인터뷰에서 “8월 중순까지 올림픽에 집중해야 한다”며 좌파 연합이 조기 총선 이후 새 총리를 지명하려는 움직임을 거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때부터 총리를 지명하고 정부를 구성하는 임무가 내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카스테트에 관해 묻자 마크롱 대통령은 “정치 진영이 지명한 이름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문제는 의회에서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혼합한 이원집정부제로 운영되는 프랑스에서 총리 임명권은 대통령이 쥐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범여권 인사를 총리로 임명하기 위해 시간 끌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영 프랑스24 방송은 ”과거 여소야대 형국에 놓인 대통령들은 새로운 다수당이 추천한 총리를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단일 정당이 의회를 장악할 수 없어 추후 정치 상황은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조기 총선 이후 정치적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달 7일 2차 투표에서 NFP가 193석을 차지하며 다수당 자리에 올랐으나 과반인 298석을 넘기지 못하면서다. 2위인 집권 여당 르네상스를 비롯한 범여권(앙상블)도 164석을 차지하며 의석수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은 143석으로 3위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