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양희은이 라디오 생방송에서 고(故) 김민기를 추모했다.

양희은은 24일 오전 방송된 MBC 라디오 '여성시대 양희은, 김일중입니다'에서 김민기의 '아침 이슬'을 선곡한 뒤 "가수이자 작사·작곡가, 공연 연출가, 그런 수식어로도 부족한 김민기 선생이 돌아가셨다"며 "선생의 음악을 아끼는 당당이(청취자 애칭)님들과 함께 선생의 영원한 평화와 안식을 기도한다"고 말했다.

양희은은 1971년 김민기가 작곡한 '아침 이슬'이 수록된 음반으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대표곡 가운데 아침이슬 외에도 상록수, 새벽길 등 고인이 쓴 노래들이 많다.
故 김민기 빈소 /사진=학전 제공
故 김민기 빈소 /사진=학전 제공
양희은은 1971년 '아침 이슬'을 처음 접하고 충격을 받았던 일화를 소개했다. 양희은은 "미국으로 떠나는 어느 선배 환송 음악회에서 김민기 선생이 만든 '아침 이슬'을 어느 분이 부르는 걸 들었다"며 "한 호흡이라도 놓칠세라 열심히 들었는데 너무도 감동적이어서 콧날이 시큰거릴 정도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간절하게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했더니 선생 친구분이 '민기가 악보에 적는 걸 봤다'고 하셨다. 악보는 찢어진 채로 바닥에 버려져 있었고, 악보 조각을 귀한 보물처럼 안고 집에 와 조각을 테이프로 맞췄다. 그리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대목을 목청껏 불렀다"고 말했다.

양희은은 "그 노래를 첫 음반에 부르고자 청하니 '그래라' 하며 간단히 허락하셨다. 또 '아침 이슬'을 취입할 때 반주도 해주셨다. 그때 내 나이가 만 열여덟이었다. 어린 날의 우상인 분이시다"라고 말했다. 또 "'아침 이슬'은 당시 정부에서 선정한 건전가요 상도 받았는데 1년 후 금지곡이 됐고, 80년대 중반에서야 해금됐다. 선생은 요주의인물이 되어 힘든 일을 많이 당했을 텐데 직접 말씀하신 적이 없어 이 정도밖에 전할 수 없다"고 했다.

위암 진단을 받아 투병해온 김민기는 지난 21일 증세가 악화돼 7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날 오전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식이 엄수됐고, 고인이 33년간 이끌었던 극단 '학전'이 자리한 건물을 찾아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