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바틸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바틸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곶감이랑 비슷한데 카라멜 향도 나서 맛있어요. '만수르 간식'이라 하니 부모님도 좋아하시던데요."

지난 5월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두바이의 대추야자 간식 '데이츠'를 구매한 누리꾼 A씨는 후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어 "당 떨어질 때 먹으면 한 알만 먹어도 기분이 좋아진다"며 "너무 빨리 먹게 돼 아쉬울 정도"라고 평했다.

'부의 상징'하면 만수르 아랍에미리트 부총리가 떠오른다. 그가 즐겨 먹는다는 두바이 대추야자 간식 '데이츠'가 최근 국내에서 인기다. A씨가 구매한 데이츠는 한 오픈마켓 웹사이트에서 14개입에 3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다. 저렴하지 않은 가격임에도 누리꾼들은 수백개의 후기를 남기며 맛을 극찬했다. "선물용으로 좋다", "많이 단 편이라 등산 간식으로 좋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최근 두바이 초콜릿 열풍이 분 데 이어 데이츠까지 국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자, 업계에서는 탕후루와 같은 중국 간식의 유행을 지나 중동 간식이 디저트계 대세로 떠오를 조짐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곶감보다 단 극강의 달콤함

데이츠는 아랍에미리트의 전통 간식이다. 말린 대추야자 열매를 갈라 씨앗을 제거하고, 이 자리에 견과류나 건과일을 넣어 만든다. 완성된 데이츠에 초콜릿을 입히기도 해, 매우 단맛이 나는 점이 특징이다. 오늘날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지역에서는 데이츠를 커피나 와인과 함께 즐긴다.

주재료인 대추야자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대추 열매보다 3배가량 크며, 열매 자체만으로도 당도가 높다. 말린 대추야자는 견과류나 초콜릿을 더하지 않아도 당도가 60~80브릭스(Brix, 당도의 단위)에 달한다. 샤인머스캣 18브릭스, 곶감 40~50브릭스, 꿀이 85브릭스 수준인 점을 보면 대추야자는 건과일 중에서도 당도가 매우 높은 축에 속한다.

앞서 데이츠는 두바이 여행 시 꼭 구매해야 할 '쇼핑 아이템'으로 국내에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다. 두바이에서도 고급 브랜드로 여겨지는 '바틸'(Bateel)의 데이츠 선물세트는 여행객들 사이에서 필수 쇼핑템으로 꼽히기도 했다. 현지에서 150디르함(약 5만6000원)이면 구매할 수 있는데, 국내서 직구로 주문할 경우 현지 가격의 2배 수준인 10만원가량의 값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유통업계, 중동 간식에 '러브콜'

잠실 롯데월드몰 내 입점 예정인 바틸. 10월 개점 예정이다. /사진=롯데백화점 제공
잠실 롯데월드몰 내 입점 예정인 바틸. 10월 개점 예정이다. /사진=롯데백화점 제공
국내에서 데이츠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자, 국내 백화점도 바틸 매장 입점에 나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오는 10월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바틸 매장을 연다. 이 매장이 바틸의 아시아 1호점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브랜드의 데이츠는 만수르가 실제로 즐겨 먹는 제품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실에도 납품된 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가 중동 디저트 기업에 러브콜을 보낸 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5월에도 두바이 초콜릿이 SNS를 중심으로 크게 유행하자, 국내 한 수입사가 두바이 초콜릿의 원조 격인 '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사의 초콜릿을 연내 공식 유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NS 바이럴하기 좋아"

다양한 중동 간식들과 관련된 SNS 게시물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다양한 중동 간식들과 관련된 SNS 게시물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예로부터 중동 지역은 사탕수수 경작 시점이 빨라, 설탕을 활용한 디저트 문화가 발달했다. 팔레스타인의 '쿠나파', 튀르키예의 '바클라바', 카타르의 '루카이맛', 이란의 '라바삭' 등이 대표적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 간식들을 먹는 국내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중동 간식이 국내 디저트 유행을 선도하는 모습이었다.

여러 중동 간식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인기몰이하는 이유와 관련, 전문가들은 SNS와 중동 지역의 이미지를 꼽았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식음료 시장은 SNS 바이럴 마케팅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중동 간식의 경우 맛이 자극적이고 모양새가 화려해 SNS에서 파급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두바이라는 도시 자체가 주는 고급·풍요의 이미지가 본래 디저트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아떨어진다"며 "소비자들이 중동 지역의 간식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심리적 만족감이 다른 지역의 간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