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주유소를 찾은 차량이 주유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주유소를 찾은 차량이 주유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를 끝으로 종료될 예정이었던 교통·에너지·환경세법(교통세법) 일몰기한이 2027년 말까지 연장된다. 교통세법의 폐지 시점이 뒤로 늦춰진 것은 이번이 8번째다. 특별회계 사업의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지만, 법률의 수명이 ‘관행’처럼 연장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25일 발표한 ‘2024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2월 31일을 끝으로 일몰되는 교통세법을 2027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할 방침이다. 정부는 세금계산서와 같은 증빙자료 없이 유류를 매입해 판매하거나 보관하는 경우에도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부과하는 등 유류의 부정 유통을 막기 위한 조치도 함께 시행하기로 했다.

▶2024년 7월 9일 <[단독] 14년 전 폐지 선고 당한 교통세…정부, 3년 추가 연장 '가닥'> 기사 참조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법률 개정안을 다음 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다음 오는 9월에 열리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교통세법은 휘발유나 경유에 부과되는 유류세를 산출하는 근거 법률이다.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주행세(교통세의 26%), 교육세(교통세의 15%), 부가가치세로 구성된다.

교통·에너지·환경세 징수액은 △2021년 16조6000억원 △2022년 11조1000억원 △2023년 10조8000억원으로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과 함께 정부의 핵심 세원으로 자리잡았다.

기재부는 교통세법 유효기간을 3년 연장한 배경에 대해 “특별회계 사업 등을 위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은 교통시설특별회계(68%), 환경개선특별회계(23%), 기후대응기금(7%), 균형발전특별회계(2%) 등에 각각 배분된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1994년 ‘교통세’로 처음 도입됐다. 도로나 도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교통세는 당초 2003년까지 10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이후 존속 기한이 잇따라 연장됐다. 2007년에는 지금의 ‘교통·에너지·환경세’로 이름이 바뀌었다.

교통·에너지·환경세가 교통시설특별회계 등 정해진 곳에 분배돼 재정 운영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이를 개별소비세에 통합하기로 하고, 2008년 교통·에너지·환경세 폐지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폐지법률안이 2009년 1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교통세법은 그해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다시 3년마다 폐지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 교통세법 유효기간이 연장되는 것은 이번이 8번째다.

교통세법의 일몰 시점을 3년씩 관행처럼 연장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세와 농어촌 특별세도 교통·에너지·환경세처럼 ‘목적세’지만, 교육세는 별다른 유효기간이 없고 농어촌특별세는 유효기간이 10년으로 비교적 길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