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외교·안보 싱크탱크 EU안보연구소(EUISS)는 지난달 유럽 에너지 시스템 심장부에 중국 영향력이 깊숙이 침투했다는 서늘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히 전력 시스템을 단숨에 마비시킬 수 있는 중국 해커 집단 볼트타이푼을 지목하며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디지털 트로이 목마’에 대한 즉각적 대비를 촉구했다. 앞서 미국에서는 실제 물증도 확인됐다. 미국 에너지부(DOE)와 국토안보부 산하 사이버보안·인프라보호국(CISA)은 지난해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 일부에서 설계 문서에 없는 통신 장치, 이른바 백도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가성비’에 매몰돼 안방 내줘이 같은 중국산발(發) 안보 우려가 커지자 전력망과 연결되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역시 취약 지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중 90% 이상이 UU그린파워, 윈라인, 인파이파워, 메그미트 등 중국 업체가 제작한 파워모듈을 채택하고 있어서다. 중국산이 유통 과정에서 국산으로 둔갑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전기차는 현대·기아차 등 국내 브랜드가 지난해 기준 57% 점유율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를 떠받치는 충전 인프라가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그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전방위 보조금과 세계 최대 내수시장에서 쌓은 풍부한 트랙 레코드가 있다.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차세대 라인업을 다각화해 국내 업체들이 설 자리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선 화합물 전력 반도체부터 파워모듈, 충전기 운영사업체(CPO)까지 전 영역에서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유럽과 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배터리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배터리 서비스(BaaS)’ 같은 후방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10일 시장조사기관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연평균 13% 커지는 동안 BaaS 시장은 21%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2023년 203억달러이던 BaaS 시장이 2030년 5300억달러(약 773조원)까지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배터리를 단순 제조·판매하는 데서 벗어나 금융, 회수, 재사용, 재자원화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BaaS 핵심은 배터리 소유권을 차량과 분리하는 것이다. 배터리를 제조사나 플랫폼 사업자가 소유하고 소비자는 구독·리스 방식으로 이용하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자는 취지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전기차 원가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배터리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해외에선 배터리 소유권 분리를 전제로 한 서비스 실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차량에 장착된 배터리를 다른 배터리로 바꿔 쓰는 배터리 교환(스와핑) 모델이 중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니오(NIO)는 차량과 배터리를 분리 판매하는 구독 모델과 함께 대규모 교환소 네트워크를 운영 중이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 CATL은 자체 배터리 교환 브랜드 이보고(EVOGO)를 출범했다.배터리 소유권 분리는 전기차 판매 이후 후방시장(애프터마켓)을 여는 핵심 조건으로도 꼽힌다. 배터리 식별번호(ID)를 자동차 등록원부에 기재해 교체·운행 이력을 추적할 수 있으면, 배터리는 단순 부품이 아니라 생애주기 전반을 관리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 이력 데이터가 배터리 잔존가치 평가와 중고 전기차 거래, 보험&m
재생에너지 확대 흐름과 맞물려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전력망의 ‘주연’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력이 남는 시간대에 수천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며칠씩 저장하는 ‘장주기 전력 창고’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기가 부족한 산업 현장에 찾아가 전력을 공급하는 ‘이동식 발전소’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10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ESS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9%로, 전기차(70%)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요처로 집계됐다. ESS 수요가 늘어나면서 제품군이 세분화되고, 관련 기업의 사업 영역도 빠르게 확장되는 모습이다.장시간 전력 저장용으로는 액체 상태 전해액에 에너지를 저장하는 금속 원소 바나듐 기반 ESS가 대표적이다. 바나듐 배터리는 충·방전을 반복해도 성능 저하가 적고 화재 위험이 낮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시간대에 남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수요가 늘 때 다시 공급하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탠다드에너지와 에이치투 등이 대표적인 기업이다.이온어스는 이동형 ESS를 개발했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기반으로 대용량 전력을 저장한 뒤 공사 현장 등에서 디젤 발전기를 대체하는 용도로 쓰인다. 정부는 ESS를 개별 장비가 아니라 ‘전력 설비 패키지’ 형태로 묶어 해외 시장에 공급하는 방식에 대한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기업들이 ESS를 컨테이너로 수출하기 위해 북미 등 주요국이 요구하는 안전 인증 평가 인프라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하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