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군살 빼기’의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흑자 전환 시점을 앞당기고 신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지난 3년간 죽을 쑨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 이제 막 생기가 돌기 시작한 만큼 지금 몸을 만들어놔야 호황기에 더 큰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비핵심 자산 잇달아 정리

'군살빼기' 힘주는 LGD, 흑자전환 속도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최근 협력사인 야스, 아바텍, 우리이앤엘 지분을 잇달아 처분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들 회사 지분을 2009~2011년 매입해 각 회사의 2대주주 자리를 지켜왔다. 야스는 디스플레이용 증착장비, 아바텍과 우리이앤엘은 각각 식각과 LED(발광다이오드) 관련 사업을 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5일과 19일 아바텍 49만7000주(약 65억5000만원어치)를 시간외 매매로 처분해 보유 지분율을 12.81%에서 9.63%로 줄였다. 같은 기간 야스 지분율도 15.32%에서 9.83%로 낮춰 58억7000만원을 현금화했다. 우리이앤엘 또한 24억원어치를 팔아 지분율을 13.21%에서 7.34%로 줄였다.

LG디스플레이의 잇단 협력사 지분 매각은 고강도 경영 효율화 작업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이번 지분 축소를 통해 확보한 현금은 150억원이다. 회사 관계자는 “보유 지분이 협력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점을 감안해 일부 매도한 것”이라며 “재무 건전성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에는 희망퇴직자(생산직) 모집을 추가 공고하면서 대상을 만 35세에서 28세 이상으로 넓혔다. 여유 인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지난 4월에는 경기 파주시에 있는 토지를 관계사인 LG유플러스에 매각해 1053억원을 현금화하기도 했다.

○내년 흑자 전환할까

LG디스플레이가 군살 빼기 수위를 끌어올린 건 “고강도 원가 혁신을 통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정철동 최고경영자(CEO·사장)의 특명에 따른 것이다. 작년 12월 ‘구원 투수’로 나선 정 사장은 지난 6개월간 회사를 구석구석 훑으며 그동안 쌓인 각종 비효율과 낭비 요인을 없애는 작업을 했다.

업계에선 구조조정 효과에 디스플레이 업황 반등 움직임이 더해지고 있는 만큼 LG디스플레이의 흑자 전환 시점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에선 LG디스플레이의 영업손실 규모가 지난해 2조5102억원에서 올해 3500억원 안팎으로 줄어든 뒤 내년에는 4500억원가량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LG디스플레이는 4년 만에 흑자 기업으로 돌아서게 된다.

TV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이 회복되고 있는 것이 턴어라운드의 신호탄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OLED TV 패널 출하량은 올해 705만 대로 지난해(529만 대)보다 3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TV용 OLED는 LG디스플레이가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는 핵심 사업이다.

LG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소형 OLED 투자를 늘리는 것도 흑자 전환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LG디스플레이는 1조~2조원으로 추정되는 중국 광저우 LCD(액정표시장치) 공장 매각대금을 투자 재원으로 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용 패널 등 신사업도 본격화한다. LG디스플레이는 화면 밝기와 내구성을 키운 차량용 3세대 탠덤 OLED를 2026년부터 양산한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