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상장 종목을 향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하려는 기업이 해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엔 기업공개(IPO)에 나선 기업까지 코스닥시장을 ‘패싱’하려는 분위기다.

코스피 이전 기업 급증…IPO 때도 '코스닥 패싱'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청구한 기업은 엘앤에프, 포스코DX, NICE평가정보, 비에이치, SK오션플랜트(옛 삼강엠앤티) 등 5개다. 2022년 2개 기업(LX세미콘, 삼표시멘트)에서 급증했다. 이 중 삼표시멘트는 이전 계획을 철회해 코스닥시장에 남았다.

2021년에도 코스닥시장에서 코스피시장으로 이전을 신청한 기업은 PI첨단소재, 엠씨넥스 등 2개뿐이었다. 2020년엔 청구가 아예 없었고 2019년 2개, 2018년엔 1개 기업이 이전 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을 떠나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한 기업의 주가 성적표는 좋지 않다. 최근 3년 동안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8개 기업(파라다이스 엘앤에프 포스코DX NICE평가정보 비에이치 SK오션플랜트 LX세미콘 PI첨단소재) 중 7곳(87.5%)은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카지노·호텔 등 사업을 운영하는 파라다이스는 지난 6월 13일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이 결정됐다. 하지만 결정이 난 다음 날부터 이달 23일까지 주가는 1만4520원에서 1만2150원으로 16.3% 하락했다. 1월 16일 이전 상장이 확정된 2차전지 소재 기업 엘앤에프는 다음 날부터 이달 같은 날까지 43.2% 폭락했다.

근본적으로 기업 체질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이전 상장을 해도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닥시장 불신이 뿌리 깊지만 중요한 건 기업 성장성과 실적”이라며 “이전 상장은 주가 상승 공식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