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커머스 이용자 수 4위와 5위(알리·테무 제외)인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입점한 판매자들이 받지 못한 결제 대금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휴가를 앞두고 예약한 숙박·항공권이 취소되면서 소비자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해피머니 등 티몬에서 할인 판매한 상품권 시장으로까지 파문이 번지면서 1000억원대 피해를 안긴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보다 더 큰 ‘페이 대란’이 올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이번 사태는 ‘치킨 게임’에 빠진 시장의 예고된 참사라는 평가다. 국내 최초의 오픈마켓인 G마켓 창업자 구영배 대표가 싱가포르에 설립한 큐텐은 무리한 M&A(인수합병)로 불씨를 키웠다.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AK몰과 미국 위시 등 국내외 업체를 잇달아 사들였다. 내실 없는 몸집 부풀리기 결과, 티몬과 위메프의 합산 자본금이 ‘-9000억원’에 육박한다는 소식도 나왔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C커머스(중국 e커머스)의 공습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시장이 ‘승자독식’ 체제로 재편되면서 과도한 투자와 경쟁력 부족에 시달리는 나머지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큐텐그룹은 이달 말까지 정산 지연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낙관하기 어렵다.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당국은 두 회사의 재무 상황과 지급 여력을 파악해 더 이상 피해가 불어나지 않도록 신속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 이번 사태로 e커머스업계의 판매자 정산 주기와 대금 보관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대기업 유통사와 달리 전자상거래에는 정산과 사용 등에 관한 법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정산 주기도 업체마다 다르다. 위메프는 상품 판매부터 정산까지 두 달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플랫폼은 판매대금을 단기 운용한다는 얘기도 나돈다. 사실이라면 전자상거래 신뢰도에 치명적 타격이다. 소비자와 판매자들의 거래 자금을 마치 자기 돈처럼 돌려막기식으로 운영하는 다단계 사기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당국은 당장 진상을 파악한 뒤 관련 기업에 책임을 묻고 대금 결제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