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설루션-플랫폼' 사업구조에 변화줄 듯…민희진과 갈등 봉합은 과제
"성장세 반드시 잇는다"…이재상號 하이브, 2.0 전략으로 승부수
이재상 하이브 신임 CEO(최고경영자) 내정자(현 CSO·최고전략책임자)는 새 성장전략인 '하이브 2.0'을 진두지휘해 제2의 도약을 꾀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하이브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재상 CSO의 CEO 내정을 공개하며 "조만간 공개할 '하이브 2.0' 전략을 주도할 적임자"라며 "하이브가 음악과 기술 기반의 고도화된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브는 이날 '하이브 2.0' 전략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가요계에서는 현재 하이브의 핵심 사업 구조가 '레이블-설루션-플랫폼'으로 구성된 만큼, 이 구조에 다소 변화를 준 중장기 성장전략이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경준 하이브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 5월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하이브는 지속가능한 엔터 회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현재까지 멀티 레이블 시스템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부터는 K팝 글로벌 대중성 강화를 본격적으로 드라이브한다.

현지 문화와 특성을 반영한 현지 IP(지식재산권) 개발을 강화하는 '멀티 홈 멀티 장르'를 추진한다"며 "2024년에도 하이브는 새로운 전략을 바탕으로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이브는 최근 몇 년간 K팝 시장의 급성장과 맞물려 폭발적인 사세 확장을 일궈냈다.

방탄소년단이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필두로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 1위곡을 잇따라 내놓으며 명실상부한 '21세기 팝 아이콘'으로 부상했고, 하이브는 이후 유가증권시장 상장·이타카 홀딩스 인수 등 급속한 팽창과 성공 가도를 달렸다.

하이브는 이에 힘입어 올해 5월 국내 연예 기획사 가운데 처음으로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실패하고, 게임·웹툰 등 의욕적으로 추진한 신사업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한계를 노출했다.

또 지난해 방탄소년단 멤버 전원과 재계약에 성공해 핵심 IP(지식재산권)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들의 입대로 활동 공백기가 생기면서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의 월평균이용자수(MAU)는 1천만명 선에서 성장이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성장세 반드시 잇는다"…이재상號 하이브, 2.0 전략으로 승부수
박지원 CEO 역시 이날 사내 구성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경영진들은 반드시 성장세를 이어가야 한다는 책임과 위기의식으로 향후 5년에 대한 성장전략을 고민해 왔다"며 "올해 초에 성장전략과 그에 따른 실행계획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올봄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불거진 갈등은 회사의 '골격'이라 할 수 있는 멀티 레이블 체제 내에서의 소통 문제를 드러냈다.

박 CEO가 이끄는 하이브는 이 과정에서 민 대표에 대한 민·형사 소송을 내고 해임까지 시도했지만, 민 대표가 낸 가처분이 인용되면서 양측의 '불편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다.

하이브의 전격 감사로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지 3개월이 지난 현재도 양측은 뉴진스 데뷔 과정과 표절 의혹에 대한 대응 등을 두고 폭로전을 지속하고 있다.

하이브는 당초 현재 계획보다는 이른 시점에 '하이브 2.0'을 내놓을 방침이었지만, '어도어 사태'가 터지면서 일정이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박 CEO는 지난 5월 "이번 문제(어도어 사태)를 잘 마무리 짓고 멀티 레이블 시스템의 고도화를 위해 어떤 점을 보완할지 지속해서 고민하겠다"고 밝혔는데, 민 대표와의 갈등 봉합은 결국 후임 이재상 내정자의 과제로 넘어가게 됐다.

이 내정자는 특히 내년 방탄소년단 일곱 멤버 전원이 군 복무를 마치는 만큼, '돌아온 완전체 방탄소년단'과 손잡고 본업인 음악 산업에도 내실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박지원 CEO는 넥슨에서부터 전략가로 알려졌고, 하이브에서 경영 체제를 재정비하고 혁신하는 역할을 맡아왔다"며 "이제 어느 정도 본인의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지영 한국외대 세미오시스 연구센터 연구교수는 "하이브는 과거 음악을 통해서 치유를 주는 것을 모토로 시작한 회사였지만, 최근 급속한 확장으로 이러한 초심이 약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엔터테인먼트는 회사, 팬, 아티스트가 삼각 편대를 이뤄야 하는 사업인데, 최근에는 그 균형이 깨진 느낌도 들었다.

하이브가 팬과의 소통을 강화해 그 균형을 다시 잡아가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