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항소심서도 징역 총 5년 구형…9월 6일 선고
"휴대전화 비밀번호 풀면 돼" vs "직무 윤리상 어려워"
공수처 "국가기강 문란 행위" vs 손준성 "참기 힘든 모함"(종합)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1심에서 징역 1년 실형이 선고된 손준성 검사장에게 항소심에서 총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항소심 결과는 9월 6일에 나온다.

공수처는 24일 서울고법 형사6-1부(정재오 최은정 이예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같은 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심 때 구형과 같다.

공수처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는 징역 3년을, 공무상비밀누설 등 나머지 혐의로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공직선거법상 분리 선고 규정에 따른 것이다.

공수처 검사는 "당시 검찰총장(현 윤석열 대통령) 측근에 대한 방어 명목하에 당시 야당을 이용해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영향을 준다는 인식으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사적으로 사용된 국가기강 문란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피고인은 수사 과정부터 공판까지 텔레그램 메시지 전송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합당한 변명을 하지 못하고 '가능성' 주장만 줄곧 할 뿐 어떠한 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손 검사장은 최후 진술에서 "단호히 말씀드리지만 김웅에게 고발장 등 자료를 보낸 사실, 고발을 사주한 사실이 없다"며 "20년 넘게 검사로 일하며 유능했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적은 없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또 "이 사건 발생 후 수사와 재판으로 3년이 다 돼가는데 그 과정에서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되고 참기 어려운 모함을 받았다"며 "참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울먹거렸다.

공수처 검사는 "해킹 가능성, 메시지 반송 가능성, 제3자 개입 가능성 등이 있다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줘서 내용을 보여주면 될 일이지만 피고인은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지만, 손 검사장은 "근거 없이 마치 비리를 저지른 것처럼 말하는데 어떻게 풀겠나.

비밀번호를 알려드리고 싶어도 직무 윤리상 어려우니 양해를 바란다"고 응수했다.

손 검사장은 21대 총선 직전인 2020년 4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일하면서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두 건의 고발장 이미지와 실명 판결문 등을 텔레그램 메신저로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후보와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런 고발장 전달을 통해 미래통합당이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후보였던 최강욱 전 의원과 황희석 전 최고위원, 유시민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을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것이 '고발 사주' 의혹의 뼈대다.

재판부는 결심 전 위법수집증거에 대한 증거 능력 인정 여부, 손 검사장 휴대전화 자료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지, 판결문 등이 손 검사장에서 김 전 의원 등으로 직접 전달됐는지 등에 대한 양측의 의견을 자세히 들었다.

공수처는 일부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은 압수수색이라고 하더라도 경미하기 때문에 일부라도 증거 능력을 인정해야 한다며 공소사실 전체가 유죄로 판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손 검사장 측은 증거 능력이 인정돼서는 안 되고, 해당 메시지가 제3자를 거쳐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특히 손 검사장 측 변호인은 '직무상 비밀이란 반드시 법령에 따라 비밀로 규정되었거나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에 한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에 대해 "아무리 봐도 헌법 대원칙에 반한다"며 "어렵겠지만 재판부가 다시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1심은 고발장과 그 토대가 된 판결문이 텔레그램을 통해 '손 검사장→김웅 전 의원→조성은 씨' 순서로 전달됐다는 공수처의 수사 결과를 사실로 판단해 손 검사장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실제로 고발장이 수사기관에 제출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공수처는 항소심에서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하거나 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재판부는 오는 9월 6일을 선고일로 정했다.

항소심 결과가 나오면 헌법재판소의 손 검사장 탄핵 심판도 재개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