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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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에 대한 과세가 또다시 2년 미뤄진다. 정부는 과세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그간 공언한 과세 시기를 또 다시 늦추면서 정책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시기를 2027년 1월 1일로 늦추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다음 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뒤 오는 9월에 열리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가 연기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당초 정부는 2022년부터 발생한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매길 예정이었지만, 과세 시기는 2023년으로 한 차례 미뤄진 다음 다시 2025년 1월로 다시 연기됐다. 이날 확정된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과세 시점이 2027년 1월로 또 늦춰지게 된다.

기재부는 당초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준비가 충분하다고 강조해왔다. 2021년 당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2022년)부터 당장 과세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며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조정하거나 유예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이나 정책의 신뢰성 측면에서 어렵다”고 못 박기도 했다.

3년 새 기재부의 입장은 180도 뒤바뀌었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유예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아직 가상자산에 대해선 지난 19일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의 성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고, 서민 중산층이 보유한 다른 투자자산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아직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점도 과세 시기가 늦춰진 이유로 지목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에 대해선 과세에 필요한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2027년부터는 OECD 회원국 간 암호화 자산 거래 관련 정보를 자동으로 교환하는 ‘암호화 자산 자동 정보교환 체계(CARF)’가 시행돼 이 같은 '과세 사각지대'가 사라지는 만큼 그때까지 과세를 미뤘다는 설명이다. CARF는 OECD 회원국 간 암호화 자산 거래 관련 정보를 매년 자동으로 교환하는 체계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프랑스, 독일, 일본 등 48개 국가 및 관할권과 함께 CARF의 이행 확산을 위한 공동성명에 참여한 바 있다.

정부는 인프라를 보완에 나설 방침이다. 먼저 가상자산을 팔 때 취득가액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 대비해 양도가액의 일정 비율(최대 50%)을 취득가액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보완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상자산을 거래소에서 거래하지 않고 에어드롭 등의 방식으로 원시취득하거나, 개인 지갑에 보관하다 P2P 거래를 통해 이전하는 거래가 반복되면 거래 당사자조차 가상자산의 취득가액을 명확히 계산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국민들의 불편이나 행정력 낭비 등을 줄이기 위해 보완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관련 과세자료 제출 의무도 강화된다. 정부는 소득세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해 가상자산사업자가 가상자산 거래내역을 제출하지 않았을 때 국세청장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기로 했다.

정부는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CARF 이행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