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형 아파트, 입주 전 사후 확인 검사서 층간소음 기준치 초과
지자체 "보완시공 하라"…정부 '손해배상 가이드라인'은 진통
사후 확인 대상 아파트 줄줄이 대기에 업계 '비상'…'준공 불허' 법안 공방 예상

올해 하반기부터 사용검사 전에 층간소음 성능 검사를 해야 하는 사후 확인제 대상 아파트들의 입주가 시작된 가운데 층간소음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단지가 서울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정부의 층간소음 손해배상 가이드라인 마련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손해배상이 아닌 보완시공을 요구하고 있어 입주 지연 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가 건설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서미숙의 집수다] 층간소음 기준 미달 아파트 나와…'보완시공' 날벼락
◇ 층간소음 사후 점검단지 입주 본격화…기준 미달시 '보완 시공'해야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의 한 소규모 아파트(도시형생활주택) 1곳이 입주 전 실시한 층간소음 사후 확인 검사에서 51dB(데시벨)이 나와 기준치인 49dB(데시벨)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는 공동주택이 신축되면 사용승인을 받기 전에 정부 지정기관이 무작위로 추출한 가구에서 층간소음이 기준치(49dB)를 넘지 않는지 검사하는 절차다.

2022년 8월 4일 이후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한 30가구 이상 공동주택 단지부터 적용되는데, 제도 시행 후 사후 확인에서 소음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아파트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사 결과가 기준치(49dB)에 못미치면 지자체가 시공 업체에 보완 시공 또는 손해배상을 권고하게 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할 구청이 준공 전까지 보완 시공을 통해 기준치를 맞출 것을 요구했고, 현재 시공사가 어떤 방식으로 보완 시공을 할지 설계회사 등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는 현행 법상 층간소음 보완시공이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이지만, 지자체 의지가 강해 보완시공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으면 준공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층간소음 사후 점검에서 소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준공을 불허하고, 보완공사 또는 금전적 손해배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층간소음 강화대책을 발표했으나 아직 관련 법안이 발의되지는 않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로선 보완 시공의 범위가 어디까지 일지, 얼마의 비용이 들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근 공사비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업계로선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2022년 8월 이후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아파트 단지들의 입주가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되고, 내년 이후부터는 대단지 아파트 입주도 본격화하면서 사후 확인 대상 단지들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은 층간소음 1등급 인정 기술을 확보하는 등 어느 정도 대비를 해왔지만, 중소 건설사는 기술력이 부족하고, 대응책도 미비해 층간소음 기준치 미달 판정 시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미숙의 집수다] 층간소음 기준 미달 아파트 나와…'보완시공' 날벼락
◇ 손해배상 가이드라인은 아직…'준공 불허' 법안 국회서 공방 예상
정부는 보완시공이 어려운 경우 입주자 등에게 금전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적정 배상액 등이 담긴 손해배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러 법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가이드라인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층간소음 성능 검사기관인 국토안전관리원은 '층간소음 손해배상 가이드라인 연구 보고서'에서 층간소음 기준 초과 시 가구당 최고 2천800만원(전용 84㎡ 기준)을 적정 손해배상금으로 제시해 논란이 됐다.

1천가구 아파트 기준 배상금이 최대 280억원, 2천가구면 560억원에 달하는 등 시공 이윤을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부담이 과도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법적인 걸림돌을 해결해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손해배상은 특정 불법 행위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 배상 여부와 배상금액이 결정되는 것인데, 행정부가 법에서 불법을 전제하고 손해배상을 강제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적정 손해배상액 가인드라인을 사법부가 아닌 정부가 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배상 주체에 대해서도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층간소음의 피해는 아래층 주민이 받는 만큼 아래층 주민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위층 바닥의 부실시공으로 소음이 발생한 것이니 위층 주민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는 것이다.

층간소음 기준 미달로 최초 분양계약자 개인에게 손해배상금을 지불할 경우 계약자가 집을 팔고 나가면 다음 입주자는 여전히 층간소음 문제에 노출된 것이어서 배상액을 입주자 개인에게 지급하는 것이 맞는지도 논란거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법조계 의견 등을 고려해 여러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며 "일단 일선 지자체는 층간소음 사후 확인에서 문제가 생기면 민원 소지가 있는 손해배상보다는 보완시공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현재 정부 계획대로 층간소음 문제가 준공 불허로 이어질 경우 큰 혼란이 예상된다며 입법에 반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층간소음을 해결하려면 바닥 두께를 높이거나 성능 좋은 자재를 쓰는 것 외에도 정밀시공이 필요한데 이 경우 현장 작업자와 관리 인력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늘려야 한다"며 "가뜩이나 공사비 상승으로 어려움이 큰 데 건설사 입장에서는 전반적인 시공 관리비가 증가해 공사비와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층간소음을 준공과 연계하도록 강제하면 보완 시공과 입주 지연에 따른 시공사와 입주자 간 분쟁이 커지고, 지체보상금과 손해배상까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벽식구조에서 소음은 층간, 벽간에서 모두 발생할 수 있고 이웃의 생활 문화도 크게 좌우하는데 입주 후 하자분쟁에서도 층간소음과 관련한 논란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이르면 연내 층간소음 사후 점검 시점을 시공 단계로 앞당기고, 준공 허가와 연계하는 내용 등이 담긴 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건설업계의 반대가 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