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조작에 중국 눈치보기 의혹… 'SF 노벨상' 휴고상 논란
'SF(공상과학 소설)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이 최근 부정 투표와 중국 정부 눈치보기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올해 휴고상 총 투표 3813표 중 377표가 부정 투표인 것이 드러났다고 지난 23일 보도했다. 미국 SF의 아버지로 불리는 평론가 휴고 건즈백을 기념하기 위해 1953년 제정된 휴고상은 SF 및 판타지 장르에서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문학상이다. 매년 세계과학소설협회(WSFS) 회원들의 투표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휴고상 측은 투표 집계 과정에서 가짜 이름을 비롯해 결격 사유를 가진 377표의 대부분이 최종 후보 중 하나인 A작가에게 투표된 것을 확인했다. 이중엔 알파벳 순서로 한 글자만 바꿔 거의 동일한 성을 가진 회원의 표나, 연속된 숫자를 번역한 이름을 가진 회원의 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휴고상 측은 "특정인이 WSFS 회원권을 대거 구입해 투표한 뒤 회원 가입 비용을 환불받았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A작가가 부정 투표에 가담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휴고상 측은 "A작가는 무효표로 인해 해당 부분을 수상하지 못했다"면서도 "작가가 부정 투표를 인지하고 있었단 증거는 없기 때문에 그의 신원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휴고상은 지난 2월 '중국 정부 눈치보기'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개최한 시상식에서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안을 다룬 작가나 작품이 최종 후보에서 제외되면서다. 중국계 미국인 작가 RF 쾅과 중국 출신의 캐나다 작가 시란 제이 자오는 각각 작품 속에서 마오쩌둥과 측천무후를 다루거나 연상케 한 바 있다. 영미권 작가 닐 게이먼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만든 '더 샌드맨' 6번째 에피소드도 최우수 드라마틱 프레젠테이션 후보에서 제외됐다. 게이먼은 앞서 중국 당국이 작가들을 구금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러한 의혹은 심사위원단이 주고받은 이메일이 유출되면서 기정사실화됐다. 휴고상 심사위원장인 데이브 맥카티는 지난해 6월 심사위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후보 작품이 중국, 대만, 티베트 등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추천해도 안전할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논란이 제기되자 올해 심사위원 중 일부가 사임하기도 했다.

한편 올해 휴고상 수상자는 다음달 1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