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3 주행 모습./사진=기아
EV3 주행 모습./사진=기아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EV3'는 기아가 전기차(EV) 대중화 시대를 여는 모델로 야심차게 선보이는 신차다. 처음 기아가 EV3에 전기차 대중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붙였을 때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직접 EV3를 경험해 본 후 든 생각은 '진짜 대중화 시대를 열겠네'로 바뀌었다. 가격, 성능, 운전하는 즐거움까지 뭐 하나 빠지지 않는 '팔방미인 자동차'로 출시돼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해답을 제시해준다.

이번에 기자가 탑승한 모델은 EV3 GT-라인 롱레인지로 차량 가격은 4850만원(친환경차 세제 혜택 후)이다. 시승 코스는 서울 성동구 갤러리아포레를 출발해 강원도 춘천시 38마일 카페를 거쳐 롯데리조트 속초로 가는 편도 201km를 주행했다. 도심 구간과 고속도로 구간, 일반도로 구간을 거치면서 EV3의 매력을 마음껏 느끼는 시간이었다.

일단 EV3는 강인하면서도 귀여운 디자인이 가장 먼저 시선을 끈다. SUV의 볼륨감을 느낄 수 있는 외형과 더불어 기아 패밀리룩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과 수직으로 배치한 스몰큐브 프로젝션 LED 헤드램프로 형상화한 '타이거 페이스(Tiger Face)'로 당당하고 강건한 전면부 이미지를 구현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더블 D컷 스티어링 휠과 함께 2.3인치 클러스터·5인치 공조·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세 개의 화면을 하나로 통합한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첫 눈에 들어온다.
EV3 내장./사진=기아
EV3 내장./사진=기아
EV3를 주행하면서 흡족했던 요소 중 하나는 12인치 윈드쉴드 타입 헤드업 디스플레이였다. 화면이 넓직하고 제공하는 정보도 다양해서 중앙 디스플레이를 보지 않고 오직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나오는 정보만으로도 초행길 내비게이션을 보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실제 주행을 하면서 EV3에 더 반하게 됐는데 그것은 바로 '아이 페달 3.0' 기능이다. 가속 페달 조작만으로 가속, 감속, 정차가 가능한 아이 페달 기능을 모든 회생제동 단계에서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적용돼 운전 편의성은 물론 승차감까지 높아졌다.

일부 전기차의 경우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내연기관차 대비 속도가 급감하면서 멀미를 일으키는데 EV3는 아이 페달 3.0을 통해 이러한 점을 보완했다.

가속 페달 조작만으로 가속과 감속, 정차까지 가능해 브레이크 페달 조작 없이도 주행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아이 페달 기능을 레벨 0~3까지 모든 회생제동 단계에서 작동시켜 전기차 감속시 느껴지는 이질감이 거의 없었다.

기존 기아의 전기차는 가장 강한 회생제동 단계에서만 아이 페달이 작동했다. 그러나 EV3부터는 운전자들이 각자 선호하는 감속 속도로 아이 페달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EV3에 적용된 '스마트 회생 시스템 3.0'은 한층 경제적이고 편리한 운전을 돕는다. 스마트 회생 시스템은 회생제동에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해 운전자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센서를 통해 감지한 선행 차량과의 거리 및 내비게이션의 정보를 활용해 적정 수준으로 자동 감속하는 기능이다.
EV3 주행 모습./사진=기아
EV3 주행 모습./사진=기아
스마트 회생 시스템 3.0은 과속 카메라 정보만 활용했던 기존 시스템에 비해 다양한 내비게이션 기반 정보를 활용해 과속 카메라, 좌·우회전, 커브길, 속도제한, 방지턱, 회전교차로 등 여러 상황에서 자동 감속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시속 9㎞ 이하에서는 자동 감속이 되지 않던 기존과 달리 정차 상황까지 자동 감속할 수 있어 운전 중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빈도를 줄여준다. 실제로 EV3를 주행하면서 브레이크 페달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EV3 롱레인지 모델에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와 81.4kWh 용량의 4세대 배터리가 탑재됐다. 탑재된 전륜 모터는 최고출력 150kW 최대토크 283Nm를 발휘한다. 가속 페달을 밟는대로 부드럽게 속도가 올라가면서 힘있는 주행이 가능했고 100km/h가 넘는 속도에서도 안정적인 점도 인상적이었다.

정부 신고 에너지 소비 효율은 롱레인지 19인치휠 기준으로 전비 복합 5.1km/kWh,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78km다. 전비 운전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전비는 6.8km/kWh가 나왔다. 배터리는 95%로 시작해 61%가 남았다. 단 한 번의 충전으로 서울에서 속초까지 왕복 주행이 충분히 가능하다.

EV3에 적용된 여러 안전 편의시양도 인상적이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 △후측방 모니터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 유지 보조 2 △고속도로 주행 보조 2 등으로 편하고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다. 이 가격에 이렇게 많은 편의사양을 제공해줘도 되는건가 싶을 정도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