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기획재정부 제공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기획재정부 제공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정부가 내년부터 주주 환원을 늘린 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감면해준다. 2026년부터는 밸류업 기업에 투자한 주주에게 배당소득에 붙는 세금을 깎아준다. 과거부터 배당에 적극적이었던 기업에 투자한 주주라면 더 큰 혜택을 받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밸류업' 기업엔 법인세 깎아주고

우선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주주환원을 확대한 상장기업에 대한 법인세 세액공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사업연도 종료일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고, 배당·자사주소각 금액이 직전 3년 평균 대비 5% 증가한 기업이 대상이다.

이런 요건을 충족한 기업은 직전 3년 평균 대비 주주환원 금액의 5%를 초과하는 금액(공 제대상금액)의 5%만큼 법인세를 공제받을 수 있다. 공제 한도는 총 주주환원 금액의 1%다. 이때 지배주주(특수관계자 포함) 지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은 공제대상금액에서 제외된다.

예를 들어 주주환원 금액이 2022~2024년 연평균 1조원이고, 2025년 1조2000억원을 환원했고, 지배주주 지분 비율이 20%인 A 기업을 보자.

A 기업의 직전 3개년 평균 주주환원액은 1조원, 2025년 주주환원액 증가분은 2000억원이 된다. 2025년 기준 A 기업의 직전 3개년 평균 주주환원액의 5%(500억원)를 초과하는 금액은 1500억원인데, 이때 지배주주 지분비율(20%)을 제외하면 공제 대상 금액은 1200억원이 된다. 따라서 A 기업의 법인세 공제금액(공제율 5%)은 60억원이 된다.

A 기업의 법인세 공제액으로 계산된 60억원은 법인세 공제 한도인 총 주주환원금액(1조2000억원)의 1%(120억원)보다 금액이 적기 때문에 이 금액이 확정된다.

정부는 이 같은 제도를 내년 1월 1일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제도 성과를 보고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어 정부는 2026년부터 밸류업 기업에 투자한 주주(비거주자·법인주주 제외)의 배당 소득을 저율로 분리 과세할 방침이다.

현행 소득세법은 투자자의 금융소득(이자·배당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인 경우 14%(지방세 포함 시 15.4%) 원천세율을 적용한다. 2000만원을 넘으면 사업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돼 14~45%(지방세 포함 시 최대 49.5%)의 누진세율을 적용받는다. 정부는 밸류업 기업이 환원하는 배당금에 붙는 세금을 줄여 밸류업 기업에 대한 투자 유인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밸류업' 기업 투자자엔 배당소득세 줄여주고

분리과세 대상 금액은 ‘차년도 현금배당액’에 ‘분리과세 소득금액 비율’을 곱한 금액이다.

이때 분리과세 소득금액 비율은 ‘직전 3년 평균 주주환원액 대비 증가분’과 ‘직전 3년 평균 주주환원 금액의 10%’를 합한 금액을 ‘직전 3년 평균 주주환원금액’으로 나눠 계산된다.

예를 들어 A 기업 투자자 B 씨가 2022년 90만원, 2023년 100만원, 2024년 110만원을 각각 배당받았다고 하자. 이때 직전 3년 평균 주주환원액은 100만원이 된다. B씨가 2025년 120만원을 배당받았다면 직전 3년 평균 주주환원액 대비 증가분은 20만원이 되는데, 여기에 직전 3년 평균 주주환원액(100만원)의 10%(10만원)를 더하면 30만원이 된다. 이를 직전 3년 평균 주주환원액(100만원)으로 나누면 분리과세 소득금액 비율은 30%가 된다.

B씨가 2026년에 130만원을 배당받았다고 하면, 그의 분리과세 대상 금액은 130만원에 30%를 곱한 39만원이 된다.

정부는 주주의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하일 경우 적용 세율을 기존 14%에서 9%로 인하할 계획이다.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 종합과세자는 25% 세율로 분리 과세하거나 2000만원 한도까지 9% 세율로 원천징수할지 선택할 수 있다.

기재부는 2026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 지급받는 배당금에 대해 한시적으로 이 같은 제도를 적용할 방침이다.

기재부는 당초 ‘배당소득 증가분’에 대해서만 저율로 분리 과세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3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관련 내용이 발표된 뒤 “기존에 적극적으로 배당하던 기업과 그 주주들이 역차별받는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직전 3년 평균 주주환원금액’을 반영하기로 수정했다. 기업의 과거 주주환원 금액이 많을수록 분리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는 배당소득 금액이 커지는 구조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