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이 전장을 누비던 시절, 병사들과 나눠 먹은 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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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지중배의 삶의 마리아주-맛있는 음악
전쟁 중 기쁨을 주거나 혹은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마렝고 전투를 마치고 먹은 '치킨 마렝고'와
마을 계란들을 모아 만들어 먹은 '오믈렛'
전쟁 중 기쁨을 주거나 혹은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마렝고 전투를 마치고 먹은 '치킨 마렝고'와
마을 계란들을 모아 만들어 먹은 '오믈렛'
“뭐부터 먹을까?”
2016년 부산시향과의 첫 만남을 위해 부산에 도착하여 호텔에 짐을 내려놓고 내 입에서 툭 튀어나온 첫 말이었다. 궁금했던 부산이라는 도시와도 첫 만남이어서 조금 설레였다. (어렸을 적 들린 적이 있지만 기억이 날 만한 나이는 아닌 것 같다). 역사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겐 부산이란 도시는 기나긴 시간 동안 특히 조선과 근·현대의 시간에 가슴 아픈 역사를 너무 많이 간직한 상처 많은 도시이다. 내려오는 기차에서 간식을 먹었기에 일단 오랫동안 궁금했던 곳으로 향하였다. 이미 아스팔트와 건물들로, 지하철로 가려진 듯하지만 수안역부터 시작된 동래구는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생각하며 주변을 돌아보면 임진왜란의 참혹성을 느낄 수 있다.
한참을 걷고 나니 슬슬 출출함이 찾아왔다. 자 이제 가보자. 독일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서부터 궁금했던 부산 밀면을 찾으러 이동했다. 식사 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라 다행히 그 노포에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어찌 보면 평범하고 모두가 상상하는 그 맛이다. 나의 눈에 들어온 건 주변 테이블에서 이 ‘음식’을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부산에 놀러 온 사람들에게는 즐거움을 주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급히 허기를 때우는 음식일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곧 이 역사라고 할 정도로 인류가 이 땅 위에 존재하던 모든 시간에 끊임없이 공존을 했던 것이 ‘전쟁’이다. 파괴와 죽음을 가지고 오는 전쟁은 아이러니하게도 인류에게 발전과 변화를 가져다주게 하였다. 생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이다. 죽음이 난무하는 전쟁에서도 생존을 위한 상황에 맞는 요리들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의 또 다른 삶 속에 파고들었다. 밀면 역시 전쟁이 가져온 음식이다.
피난민의 역사 그리고 미국의 밀가루 원조 등 한국전쟁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밀면은, 주변 테이블들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지만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피난민의 애환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요리들이 전쟁의 역사에서 태어나고 변화되어 고유의 식문화로 자리 잡아 왔다. 전쟁을 통해 변화해온 음식들이 모두 아픔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어떤 음식들은 전쟁 중 사람들에게 기쁨도 주었고 또한 정치적인 목적으로도 이용되었다.
서유럽 역사에서 전쟁을 대표하는 지도자격 인물들은 수없이 많지만 문학, 미술, 음악, 음식 등 문화적으로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 있다. 현대에도 수많은 음식에 숨은 이야기들에 등장하고 카페, 빵집 등의 이름에도 쓰이는 나폴레옹(Napoleon Bonaparte, 1769~1821)이다. 나폴레옹은 전쟁 중 음식으로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기도 했고 전쟁 중 수송이 간편하고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통조림(병조림) 등의 개발을 고민하기도 했다. 초기의 젊은 나폴레옹의 정복 전쟁은 세상에 자유를 가져올 영웅으로서 그리고 프랑스 혁명 전쟁의 연장으로써 개혁과 민족주의 운동으로 당시 서유럽의 나라들에 큰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그가 스스로 황제로 칭하고 권좌에 오르기 전에는 수많은 젊은 혁명가들이 정치적으로 그리고 수많은 예술인들이 예술작품으로 그를 응원했다. 베토벤이 그랬던 것처럼.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를 들여다보면 가식적이고 타락한 권력과 신흥 혁명 세력이 변화해가는 모습이 잘 드러난다. 사극을 좋아하는 나에게 <토스카>가 여타 오페라와 다른 것이 있다면, 역사적 사실과 그 시대가 그대로 보이는 이 오페라는 또 다른 흥분을 준다는 것이다. <토스카>는 그 배경이 되는 시대가 굉장히 정확하다. 더 나아가 그 날짜와 장소 시간 등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어쩌면 이러한 배경이 현대의 연출가들에게는 족쇄가 될지도 모르겠다.
▶▶▶[관련 칼럼] ‘영원의 도시’ 로마를 물들인 연인 토스카의 비극
토스카는 스카르피아 남작(로마 경찰청 총장급)의 협박과 자신의 애인인 카바라도시가 받고 있는 고문의 두려움에 카바라도시가 숨기고 있던 안젤로티(구 로마 공화국의 집정관. 혁명파)의 위치를 알려준다. 카바라도시는 애인 토스카에 대한 배신감에, 스카르피아는 승리감에 도취하는 순간 샤로네(스카르피아의 부하)에게서 다급한 소식이 들려온다. 오스트리아가 패배했다고, 당시 프랑스 혁명을 발판으로 전제정치를 무너뜨리는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보나파르트(나폴레옹)가 '마렝고 전투'에서 승리했다고. 극의 중요한 전환점을 가져오는 이 장면에서 중요한 열쇠로 등장한 '마렝고 전투'는 1800년 6월 14일에 시작되었다. 이 오페라 2막은 전투가 끝나고 전령이 로마로 당도한 그 시점의 늦은 저녁 시간일 것이다. 나폴레옹이 질 뻔하다가 극적으로 성공한 이 전투는 나폴레옹의 그 이후가 있게 해준 힘들고도 중요한 전투였다.
한니발처럼 알프스를 넘어 마치 최후의 전투 같은 전투를 마치고 난 나폴레옹은 이제야 마음을 놓고 음식을 먹었다. 보급 마차가 도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요리사는 현지 마렝고에서 구한 재료인 토마토, 닭, 가재, 계란 그리고 마늘로 요리를 하였다. 나폴레옹에게 남은 조금의 브랜디도 함께. 이제 마음을 놓고 병사들과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병사들은 사기와 힘을 얻었을 것이다. 이 음식은 현대에도 우리나라 찜닭처럼 프랑스인들에게 '치킨 마렝고 Poulet Marengo'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또한 나폴레옹은 프랑스 남부 베시에르(Bessières)에서도 여관에서 여관주인의 오믈렛을 먹고는, 이렇게 맛있는 것은 병사들과 나누어 먹어야 한다며 마을의 계란들을 모아 대형 오믈렛을 만들어 병사들과 나누어 먹었다. 그 대형 오믈렛은 지금도 단합의 상징이며 현재도 베시에르에서는 자이언트 오믈렛 축제로 남아있다.
시대의 흐름에 권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이후 스스로 권력의 정점으로 올라가기 전의 보나파르트는 함께 한 전우들과 나누는 리더였다. 황제 이전의 나폴레옹 시절은 예술인들이 예술인 스스로 그에 관한 예술작품을 창조해 나갔다고 하면, 황제 이후에는 나폴레옹 자신 스스로 자신의 위업을 예술인들로 하여금 찬양하게 한 모습은 순수함을 잃은 권력의 씁쓸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현대의 많은 정치인들이 과거를 통해 올바른 생각을 하게 해주게끔 하는 내용이다.
지휘자 지중배
[오페라 <토스카> (1964년 코벤트 가든 실황 / 토스카 역. 마리아 칼라스, 스카르피아 역. 티토 곱비)]
▶▶▶ [관련 뉴스] '토스카'로 내한하는 안젤라 게오르규 "한국 관객 다시 만나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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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부산시향과의 첫 만남을 위해 부산에 도착하여 호텔에 짐을 내려놓고 내 입에서 툭 튀어나온 첫 말이었다. 궁금했던 부산이라는 도시와도 첫 만남이어서 조금 설레였다. (어렸을 적 들린 적이 있지만 기억이 날 만한 나이는 아닌 것 같다). 역사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겐 부산이란 도시는 기나긴 시간 동안 특히 조선과 근·현대의 시간에 가슴 아픈 역사를 너무 많이 간직한 상처 많은 도시이다. 내려오는 기차에서 간식을 먹었기에 일단 오랫동안 궁금했던 곳으로 향하였다. 이미 아스팔트와 건물들로, 지하철로 가려진 듯하지만 수안역부터 시작된 동래구는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생각하며 주변을 돌아보면 임진왜란의 참혹성을 느낄 수 있다.
한참을 걷고 나니 슬슬 출출함이 찾아왔다. 자 이제 가보자. 독일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서부터 궁금했던 부산 밀면을 찾으러 이동했다. 식사 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라 다행히 그 노포에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어찌 보면 평범하고 모두가 상상하는 그 맛이다. 나의 눈에 들어온 건 주변 테이블에서 이 ‘음식’을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부산에 놀러 온 사람들에게는 즐거움을 주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급히 허기를 때우는 음식일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곧 이 역사라고 할 정도로 인류가 이 땅 위에 존재하던 모든 시간에 끊임없이 공존을 했던 것이 ‘전쟁’이다. 파괴와 죽음을 가지고 오는 전쟁은 아이러니하게도 인류에게 발전과 변화를 가져다주게 하였다. 생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이다. 죽음이 난무하는 전쟁에서도 생존을 위한 상황에 맞는 요리들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의 또 다른 삶 속에 파고들었다. 밀면 역시 전쟁이 가져온 음식이다.
피난민의 역사 그리고 미국의 밀가루 원조 등 한국전쟁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밀면은, 주변 테이블들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지만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피난민의 애환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요리들이 전쟁의 역사에서 태어나고 변화되어 고유의 식문화로 자리 잡아 왔다. 전쟁을 통해 변화해온 음식들이 모두 아픔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어떤 음식들은 전쟁 중 사람들에게 기쁨도 주었고 또한 정치적인 목적으로도 이용되었다.
서유럽 역사에서 전쟁을 대표하는 지도자격 인물들은 수없이 많지만 문학, 미술, 음악, 음식 등 문화적으로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 있다. 현대에도 수많은 음식에 숨은 이야기들에 등장하고 카페, 빵집 등의 이름에도 쓰이는 나폴레옹(Napoleon Bonaparte, 1769~1821)이다. 나폴레옹은 전쟁 중 음식으로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기도 했고 전쟁 중 수송이 간편하고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통조림(병조림) 등의 개발을 고민하기도 했다. 초기의 젊은 나폴레옹의 정복 전쟁은 세상에 자유를 가져올 영웅으로서 그리고 프랑스 혁명 전쟁의 연장으로써 개혁과 민족주의 운동으로 당시 서유럽의 나라들에 큰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그가 스스로 황제로 칭하고 권좌에 오르기 전에는 수많은 젊은 혁명가들이 정치적으로 그리고 수많은 예술인들이 예술작품으로 그를 응원했다. 베토벤이 그랬던 것처럼.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를 들여다보면 가식적이고 타락한 권력과 신흥 혁명 세력이 변화해가는 모습이 잘 드러난다. 사극을 좋아하는 나에게 <토스카>가 여타 오페라와 다른 것이 있다면, 역사적 사실과 그 시대가 그대로 보이는 이 오페라는 또 다른 흥분을 준다는 것이다. <토스카>는 그 배경이 되는 시대가 굉장히 정확하다. 더 나아가 그 날짜와 장소 시간 등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어쩌면 이러한 배경이 현대의 연출가들에게는 족쇄가 될지도 모르겠다.
▶▶▶[관련 칼럼] ‘영원의 도시’ 로마를 물들인 연인 토스카의 비극
토스카는 스카르피아 남작(로마 경찰청 총장급)의 협박과 자신의 애인인 카바라도시가 받고 있는 고문의 두려움에 카바라도시가 숨기고 있던 안젤로티(구 로마 공화국의 집정관. 혁명파)의 위치를 알려준다. 카바라도시는 애인 토스카에 대한 배신감에, 스카르피아는 승리감에 도취하는 순간 샤로네(스카르피아의 부하)에게서 다급한 소식이 들려온다. 오스트리아가 패배했다고, 당시 프랑스 혁명을 발판으로 전제정치를 무너뜨리는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보나파르트(나폴레옹)가 '마렝고 전투'에서 승리했다고. 극의 중요한 전환점을 가져오는 이 장면에서 중요한 열쇠로 등장한 '마렝고 전투'는 1800년 6월 14일에 시작되었다. 이 오페라 2막은 전투가 끝나고 전령이 로마로 당도한 그 시점의 늦은 저녁 시간일 것이다. 나폴레옹이 질 뻔하다가 극적으로 성공한 이 전투는 나폴레옹의 그 이후가 있게 해준 힘들고도 중요한 전투였다.
한니발처럼 알프스를 넘어 마치 최후의 전투 같은 전투를 마치고 난 나폴레옹은 이제야 마음을 놓고 음식을 먹었다. 보급 마차가 도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요리사는 현지 마렝고에서 구한 재료인 토마토, 닭, 가재, 계란 그리고 마늘로 요리를 하였다. 나폴레옹에게 남은 조금의 브랜디도 함께. 이제 마음을 놓고 병사들과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병사들은 사기와 힘을 얻었을 것이다. 이 음식은 현대에도 우리나라 찜닭처럼 프랑스인들에게 '치킨 마렝고 Poulet Marengo'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또한 나폴레옹은 프랑스 남부 베시에르(Bessières)에서도 여관에서 여관주인의 오믈렛을 먹고는, 이렇게 맛있는 것은 병사들과 나누어 먹어야 한다며 마을의 계란들을 모아 대형 오믈렛을 만들어 병사들과 나누어 먹었다. 그 대형 오믈렛은 지금도 단합의 상징이며 현재도 베시에르에서는 자이언트 오믈렛 축제로 남아있다.
시대의 흐름에 권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이후 스스로 권력의 정점으로 올라가기 전의 보나파르트는 함께 한 전우들과 나누는 리더였다. 황제 이전의 나폴레옹 시절은 예술인들이 예술인 스스로 그에 관한 예술작품을 창조해 나갔다고 하면, 황제 이후에는 나폴레옹 자신 스스로 자신의 위업을 예술인들로 하여금 찬양하게 한 모습은 순수함을 잃은 권력의 씁쓸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현대의 많은 정치인들이 과거를 통해 올바른 생각을 하게 해주게끔 하는 내용이다.
지휘자 지중배
[오페라 <토스카> (1964년 코벤트 가든 실황 / 토스카 역. 마리아 칼라스, 스카르피아 역. 티토 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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