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안 사요" 中 돌변하자…'4만원'짜리 내놓은 루이비통
세계 1위 명품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휘청이고 있다. '큰 손' 중국인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실적과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세계 부호 1위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의 재산도 올해 28조원 증발했다.

LVMH는 24일(현지시간) 파리 증시에서 4.66% 하락한 659.40유로에 장을 마감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 실적 부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중 5.2%까지 폭락했다. 경기 침체로 고객들이 루이뷔통, 디올 등 명품 브랜드 소비를 줄이면서 실적이 둔화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3월 연고점(872유로)에서 현재까지 약 25% 미끄러졌다.

아르노 회장의 재산도 하루 사이에 80억달러(약 11조원)이 날아갔다. 올해 들어 총 200억달러(약 28조원)가 사라진 것이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아르노 회장의 순자산은 현재 1870억달러(약 259조원)으로 부호 순위에서 2계단 미끄러진 3위를 기록 중이다. 1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2위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다. 이들의 순자산은 각각 2410억달러(약 334조원), 2040억달러(약 283조원)로 집계됐다.
표=블룸버그 홈페이지
표=블룸버그 홈페이지
LVMH의 올해 2분기 매출은 209억8000만유로(약 31조5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1년 전만 해도 매출 증가율이 21%에 달했지만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했다. 특히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매출이 14% 급감하며 실적을 끌어내렸다. 아시아 지역은 올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주요 시장으로 꼽힌다. 상반기 기준 총 매출은 416억7700만유로(약 62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06억5300만유로(약 16조원)로 8% 줄었다. 순이익은 14% 급감한 72억6700만유로(약 11조원)다. 주력인 패션·가죽제품 부문, 주류 및 시계의 영업이익이 떨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아르노 회장은 매출이 둔화된 이유로 경제적,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꼽았다.
사진=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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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인들의 명품 지출이 크게 줄고 있다. 중국 내 실업률 증가, 부동산 침체 등으로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정부 당국이 ‘공동부유(다같이 잘 살자)’ 정책을 추진하며 사치재 소비를 막고 있어서다. 컨설팅 회사 베인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사치품 지출액 3620억유로(약 500조원) 중 중국의 비중이 16%에 달한다. 중국인들의 소비가 위축되자 루이뷔통은 최근 중국 상하이에 초콜릿 매장을 열었다. 파리와 싱가포르에 이어 전세계에서 세 번째 매장이다. 초콜릿 상품 판매 가격은 240위안(약 4만5000원)부터 3200위안(약 61만원)까지다. 루이뷔통 클래식 포장박스를 활용해 상품을 포장해준다.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층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기 침체가 단기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 전망도 우울해지고 있다. 전날 골드만삭스는 실적 부진을 반영해 LVMH의 목표주가를 960유로에서 930유로로 내려잡았다. 같은날 UBS도 목표가를 기존 800유로에서 760유로로 낮췄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