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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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펀드 이익에 매기는 세금을 따질 때 국내상장 해외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N)와 상장지수증권(ETN) 등을 포함하기로 했다. 기존엔 이들 ETF·ETN이 이익 계산에서 빠지는 구조라 이들을 바탕으로 파생상품을 만들면 비과세 처리가 될 수 있었던 허점을 막겠다는 조치다.

27일 기획재정부는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세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라며 "해외주식이나 해외상장 해외주식형 ETF·ETN은 과세 대상 펀드 이익에 포함되고 있는 만큼 경제적 실질이 유사한 국내상장 해외주식형 ETF·ETN도 세금 부과 대상이 되는 것이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펀드는 운용자산의 이익을 아울러 계산해 배당소득으로 과세한다. 채권·해외주식·외국펀드 등 펀드 운용자산으로부터 난 이익의 분배금과 펀드 환매·양도시 내 차익을 합산해 15.4% 세율(지방소득세 포함)을 적용하는 식이다.

이 계산식에서 일부 투자상품은 제외되어 왔다. 국내상장주 등 국내상장증권과 벤처기업주식, 국내상장증권 기반 장내파생상품등이다. 벤처기업주식은 벤처기업 육성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국내 상장증권과 기반 장내파생상품은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와 직접투자간 세제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 빠졌다. 현행 세법이 국내 상장 주식이나 ETF에 직접 투자한 경우 매매차익에 대해선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만큼 펀드를 통해 상장주를 투자할 때에도 이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게 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또다른 형평성 문제가 발생했다. 국내상장 해외주식형 ETF·ETN을 담은 펀드는 해외주식이나 해외상장 해외주식형 ETF·ETN를 담은 펀드와 다른 기준을 적용받아서다. 다른 자산을 운용하지 않는다면 이론상 펀드 이익이 '제로'로 계산돼 비과세 상품이 된다.

국내상장 해외주식형 ETF나 ETN을 직접투자해 매매차익과 분배금에 15.4% 세율을 적용받는 것에 비하면 아예 세금을 회피할 수 있는 셈이다. 사실상 ETF에 펀드를 하나 '씌우면' 비과세 상품이 될 수 있었던 구조라 우회적 상품을 통한 세금회피를 막기 위해 정부가 보완 조치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는 사실상 한국거래소가 지난 2월 발표한 'KRX 나스닥 100 ETF 선물 지수'를 활용한 이중구조 ETF를 겨냥한 것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해석이다. KRX 나스닥 100 ETF 선물 지수는 2021년 파생상품시장에 상장된 TIGER 나스닥 100 ETF 선물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지수다. 당시 거래소는 "국내 상장 해외주식형 ETF 매매차익에는 보유기간 과세가 적용되나 이 지수는 장내 파생상품인 ETF 선물을 기초로 함에 따라 해당 ETF의 경우 과표기준가격 상승이 없는 비과세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그간 이같은 허점을 활용한 펀드나 파생상품은 따로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일부 자산운용사가 국내상장 해외주식형 ETF 기반 파생상품을 출시해 비과세 상품으로 판매하려고 하자 정부가 사전 차단책을 마련한 것이라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는 공모펀드 시장이 시들한 와중인 만큼 ETF 관련 비과세 메리트 가능성이 없어진다면 운용사들도 굳이 관련 펀드를 출시하려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소득령) 개정안을 다음달 중 입법예고해 오는 9월 공포·시행할 예정이다. 소득령 시행일 이후 펀드에 편입하는 증권·파생상품부터 개정안을 적용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