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본사에 정산 지연 피해자들 몰려…현장 환불 접수 중단에 불만 고조
폐쇄된 티몬 본사 앞도 "설명이라도 해줘야" 피해자들 초조한 대기
"밤새우더라도 기다릴 것" 삼복더위에 위메프 환불행렬 '분통'(종합)
"자본보다 부채가 더 많은 회사가 돈을 입금해줄 것이라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불안합니다.

오늘 돈을 받기 전까지는 밤을 새우더라도 기다릴 겁니다.

"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위메프 본사 앞에서 만난 배모(57)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10월 가족과 함께 일본에 가려고 위메프를 통해 230여만원을 내고 여행 상품을 구매했다가 정산 지연 사태를 맞았다고 했다.

배씨는 대전에 살지만 자칫 한 푼도 환불받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에 부랴부랴 상경해 위메프 본사를 찾았다.

배씨처럼 답답함에 못 이겨 무작정 위메프 본사로 찾아온 소비자만 전날 늦은 오후부터 이날 오전 10시 30분까지 700명을 넘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으로는 본사에서 기다리는 소비자만 150여명에 달했다.

온라인 접수를 포함해 환불을 신청한 이들은 1천800명을 넘었다.

줄이 길어져 땡볕 아래 기다리는 소비자도 많았다.

이들은 연신 부채질하거나 휴대용 선풍기 바람을 쐬며 삼복더위를 달랬다.

소비자들은 온라인·유선전화 창구가 먹통인 데다 환불을 언제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즉시 환불해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요구했다.

서모(50)씨는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취소하려면 '알 수 없는 에러가 발생했습니다.

잠시 후에 다시 시도해주세요'라는 메시지가 뜨고 고객센터에 전화해보면 취소에 사흘 걸리고 입금에 사흘 더 걸린다고 해서 현장에 왔다"며 답답해했다.

"밤새우더라도 기다릴 것" 삼복더위에 위메프 환불행렬 '분통'(종합)
위메프는 현장에서 환불 접수를 하다가 찾아오는 피해자들이 점점 많아지자 안전사고를 우려해 이날 오전 10시 30분께부터 현장 접수를 중단하고 QR코드를 통한 온라인 접수를 안내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일방적이고 갑작스러운 조처에 황당해 하며 불만을 터뜨렸다.

위메프 관계자가 "내부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며 달래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날 오전 위메프 본사에서 만난 곽모(45)씨는 "휴가 일정을 바꿔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위메프를 통해 270만원짜리 사이판 여행 패키지 상품을 예약해 다음달 중순 출국할 예정이었는데 여행사로부터 예약을 취소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이날 오전 6시 30분께 위메프 본사를 찾아왔다는 곽씨는 "여행사 쪽에서 재예약 비용을 요구해왔다.

취소할 경우 수수료 얘기도 나온다"며 "동일한 조건으로 다른 상품을 구매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비용이 더 들게 됐다"고 말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9월 동유럽 여행을 가기 위해 위메프에서 450만원을 들여 패키지 상품을 예약한 강모씨도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위메프 본사로 달려왔다.

강씨는 "여행사에서도 대금이 안 들어와 (항공권과 호텔) 예약을 신청하지 못한 상태이니 환불받으라는 연락이 왔다"며 "해결이 아직 안 됐다.

언제까지 기다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밤새우더라도 기다릴 것" 삼복더위에 위메프 환불행렬 '분통'(종합)
강남구 신사동 티몬 본사 건물 앞에도 간밤 위메프의 현장 환불 소식을 듣고 아침부터 피해자들이 모여들었다.

티몬 건물을 폐쇄된 상태였지만 오후 2시께에는 달려온 이들이 100명을 헤아렸다.

이들은 "달리 방법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찾아왔다"면서 굳게 닫힌 문 앞에 돗자리를 깔고 앉거나 근처 건물로 가 자리를 지켰다.

무더위를 식히려 부채질을 하는 이들이 많았다.

얼굴에는 초조하고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 40대 남성 고객은 "티몬 캐시 4천만원어치를 구매했는데 환불도 안 되고 연락도 안 돼 찾아왔다"며 "설명이라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칠순을 맞아 필리핀 가족 여행을 떠나려 했다는 한 남성은 "여행을 못 가면 후회가 될 것 같아 여행사에 추가로 돈을 내더라도 갈 것 같다"며 "최악의 경우엔 티몬에 낸 돈은 포기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울상을 지었다.

초등학생 아이를 등교시키고 달려왔다는 조모(48)씨는 "여기서 직원을 만나 얘기라도 들어보려 했는데 직원은 다 도망갔고 들어가지도 못하게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모여든 이들은 티몬 관계자가 나타날 경우를 대비해 직접 상담 순번까지 정해두고 대기했다.

최근 싱가포르 기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의 계열사 위메프에서 발생한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는 다른 계열사인 티몬으로까지 확산, 보름 넘게 이어지며 장기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 피해 규모가 1천억원 이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